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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g Aug 23. 2023

남의 일과 나의 일

주변인들에게 크고 작은 불행이 닥쳤을 때는, 그에 어찌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면서도 왜 이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마음이 아팠다. 대신 아파해줄수도 없지만 불행을 해결해주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없으니 답답했다.


나에게 불행이 닥치고 보니 막상 뭔가를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은 똑같다. 내 사정이라 더 자세히 여러 면을 알다 보니 절망 역시 그만큼 더 구체적이다. 생각보다 마음이 아프거나 슬프다기보다는 모든 감정과 사고와 신체활동에 그저 제약이 생긴 것 같다. 알던 것도 잊고, 해야할 것도 잊고, 왜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간을 보내 본다.


주말에는 내내 창문 덮개를 내리고 해가 질 시간이 될 때까지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일주일의 끝은 오열로 마무리했는데 숨을 잘 못 쉬겠는 것과 머리가 아픈 게 맘에 들지 않는다. 며칠 내내 잠도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한다. 얕은 잠과 악몽만 반복된다.


나에게 2023년은 5월이 마지막이다.

그 후엔 기억도 없고 의미도 없을 뿐. 그나마 살려고 헬스장에 가서 걷기 운동만 하고 돌아오는 게 전부다.


미팅과 미팅, 반가운 친구들과의 만남, 그 사이의 시간은 줄줄 흐르는 눈물로만 차 있다. 이번 생일은 간만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즐겁게 보내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지만 그건 무슨, 생일날 죽고 싶다는 생각만 안 들면 다행이다. 이곳에 발붙이고 있기 끔찍하게 싫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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