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무릇 세상 모든 만물엔 마땅히 그 이치와 당위가 존재하지만 잘 구워져 노릇노릇한 팬케익과 그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버터만큼이나 우리에게 깊은 위안과 영혼의 안식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있을까? 짧았던 도쿄 여행길, 지친 나의 영혼을 어루만져주었던 베스트 팬케익 하우스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1. LAUDERDALE, ROPPONGI HILLS
처음 소개할 곳은 롯폰기 힐즈에서 가까운 로더데일이라는 (현지 발음으로는 로다데루) 비스트로 다이너.
홈페이지: http://www.lauderdale.co.jp
여기는 원래 크로와상으로 유명한 곳인데, 별 기대 없이 시켰던 버터밀크 팬케익에 기분 좋은 허를 찔렸던 곳입니다.
들어가면 로코코와 바로크 그 어디 중간쯤을 겨냥한 컨셉의 인테리어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화장실 벽지며 어디하나 신경 안 쓴 곳이 없습니다. 커피는 아주 맛있다고 하기엔 조금 그렇습니다. 팬케익의 퀄리티와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고 그냥 마시기에 무난한 정도. 하지만 도쿄 롯폰기 한 가운데의 카페임에도 리필을 해준다는 걸 아는 순간 마음은 한결 너그러워집니다.
오늘의 주인공 버터밀크 팬케익.
비주얼만으로도 먹기도 전부터 구름 위를 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갓 구운 팬케익 위에 버터를 조각내어 얹어서 내오는 센스만 봐도 여긴 뭔갈 아는 곳. 로더데일 팬케익의 강점을 꼽자면, 바로 최적의 굽기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겉은 바삭하면서 안은 포슬포슬한 부드러운 식감. 사실 이 공식은 비단 팬케익뿐 아니라 웬만한 베이커리류에 다 적용되는 최적의 법칙이기도 한데,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그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어쨌든 그 어려운걸 여긴 해내는군요.
너무 정신없이 허겁지겁 먹느라 제대로 사진을 못 찍어 여행 끝나기 전에 반드시 다시 들르리라 다짐했지만, 역시나 늘 그렇듯 두 번은 없었습니다. 소문난 크로아상을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겉은 바삭, 안은 포슬. 언젠가 기회가 또 있겠지요.
2. MERCER BRUNCH, MINATOKU
두 번째 역시 롯폰기 미나토구에 위치한 MERCER BRUNCH(이하 머서 브런치)입니다.
머서 브런치.
롯폰기의 머서. 롯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정말 유명한 브런치 카페입니다.
머서 브런치는 체인점으로 롯폰기 말고도 긴자, 가마쿠라에도 있고 머서 카페, 머서 라운지 등 생각보다 큰 규모의 외식 사업체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난 시그니처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러 가 봅니다.
분위기는 매우 세련된 뉴욕의 캐주얼 브런치 카페를 지향하는 듯, 세련됨이 뚝뚝 묻어납니다.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금세 들어차는 걸 보면 유명한 곳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줄 서서 먹을 각오 하고 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여기는 약간 반칙이지만, 팬케익 메뉴는 없고 그 자리를 이복동생 격인 프렌치토스트가 대신하고 있는데, 이 프렌치토스트가 진짜 기가 막힙니다. 오버가 아니라,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가장 최고의 프렌치토스트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진짜!!
한 입 먹으면 괜히 머서 브런치에 이걸 먹으러 오는 게 아니구나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갓 오븐에서 구워 내온 프렌치토스트의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팬케익이 주는 그 부드러움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팬케익과 프렌치토스트. 이건 정말 세기의 대결이군요.
진한 아메리카노와 바삭하면서도 적당히 달콤한 프렌치토스트의 조합. 팬케익이냐 프렌치토스트냐 이 둘은 마블과 디씨의 대결...이라고 하면 너무 밸런스가 안 맞고, 대략 폴이냐 존이냐 정도로,,, 이것도 밸붕인가요? ㅎㅎ 모르겠다. 암튼 고르기 힘들어! 힘들다구요!! (디큐냐 파판이냐? 정도가 딱이겠군요. ㅎㅎㅎ 포기를 모르는 남자..)
사실 여긴 브런치 카페란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즉 프렌치토스트 말고도 자랑하는 메뉴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단연 이 에그 베네딕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에그 베네딕트가 그다지 환영받는 음식이 아니죠. 저만 그런가요? 아니죠. 저도 아닌 거 압니다. 일단 손이 많이 가고, 맛있게 만들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죠. 하지만 여기 일본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에그 베네딕트를 좋아합니다. 저도 들은 얘기라 정확히 왜 때문이다라고는 말하기가 흠흠.. 무튼, 무지하게 맛있었습니다. 머서 브런치에서 가장 대표적인 메뉴 둘을 꼽자면 프렌치토스트 그리고 위의 에그 베네딕트라고 하네요. 단것이 싫으신 분들은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 랍스터 오믈렛이었는데, 이것 역시 아주 좋았습니다. 아낌없이 재료도 털어 넣고, 맛도 깔끔한게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오믈렛이었습니다. 분위기며 음식의 퀄리티며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머서 브런치. 물론 그런 만큼 지갑이 털릴 각오는 해야 합니다. ㅠ.ㅠ
3. EGGCELLENT, ROPPONGI HILLS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롯폰기 타워에 위치한eggcellent 에그 셀렌트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계란으로 모든 걸 비벼 만든 계란 테마 브런치 카페입니다. 카페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유머러스하면서 아이들 친화적으로 만들어놔서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에 좋습니다.
팬 케익 위에도 계란을... 이 정도면 병이지 싶습니다. ㅋㅋㅋ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딱 맛있는 팬케익의 정석? 같은 느낌. 그러나 특별히 인상적인 것 역시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켜보았습니다.
인상적인 팬케익을. 이름하여 크림 브륄레 팬케익 (Creme Brulee Panckae)
이 정도면 비주얼 압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게 여기의 시그니쳐 팬케익이었습니다. 아니 팬케익에 크림 브륄레라니... 뭐 일종의 반칙 같은 거죠. 하지만 이기기만 하면 장땡. 달달한 디저트류 좋아하는 분이라면 권해드립니다. 하지만 많이 답니다. 달아요.
물론 저는 좋았습니다만... ^^
커피를 연거푸 두 잔은 마셨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
위에서 언급은 안 했지만, 여긴 이름답게 에그 베네딕트가 아주 훌륭하고 오믈렛과 같은 계란을 활용한 브런치 메뉴들이 팬케익보다 더 낫습니다. 다만 크림 브륄레 팬케익이 너무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한번 언급해봤네요. 롯폰기 모리타워, 정확히 말하자면 모리타워 바로 옆의 할리우드 플라자에 있습니다.
이상 도쿄에서 즐길만한 추천 팬케익 하우스였습니다. ^^
번외 편
그냥 이대로 끝내기엔 좀 아쉬워서 팬케익은 아니지만 정말 정말 인상적이었던 디저트 하나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네, 바로 긴자에 있는 크레페 전문점 PARLA입니다. (저 창너머의 예쁜 언니들이 만들어 줍니다.^^)
크레페에 캐비어를 집어넣거나 트러플을 넣어 만든 크레페로 갈 수 있는 극한까지 간 곳입니다. 당연히 가격은 안드로메다로 갑니다.
저는 좋아하는 맛차 크레페를 시켜 봤습니다. 직접 만드는 동영상도 찍었지 일단 번외편이라 생략하겠음.
맛은? 당연히 맛있습니다. 크레페에서 이런 맛을 느낀 건 처음입니다. @.@ 최고급 재료들을 모아모아 장인정신으로 맹글어 놓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겠죠. 그렇지만 우와 이거 정말 맛있다~ 이런 느낌보다는 이 가격에 이 정도 맛도 안 나면 안 되지~ 라는 생각이..ㅎㅎ 아무튼 다시 한번 사 먹으라면? 전, 사 먹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이번엔 트러플로~!!!
(사실 정말 맛있었습니다. ^^)
아..정말 도쿄는 디저트의 천국. 한 블럭 건너 하나씩 있는 느낌입니다. 왠만큼 유명하다는 곳만 찾아다녀도 다 못가죠. 아예 팬케익 원정대를 꾸린다면 모를까...ㅋㅋㅋ 사실 팬케익으로 국한해서 글을 써서 그렇지 그냥 디저트에 관해 쓰자면 한이 없죠. 일단 오늘은 여기서 정말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오늘 소개하지 못한 나머지 곳들에 대해 얘기를 해 볼게요.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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