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김이나의 청춘페스티벌 강연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정혜윤
너 어릴 땐 작가가 꿈이었잖아! 라며 오빠가 선물해준 책.
책을 내는 일과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아주 현실적이고도 정성스러운 안내를 다음 책이다.
[브런치북]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brunch.co.kr)
마치 최근에 생겨난 것 처럼만 느껴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일이
사실은 작가들은 늘상 해온 일이었음을 말 이 책은 가장 첫 챕터부터 얘기해주고 있다.
작가는 나만이 쓸 수 있는, 그리고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글을 기획하는 콘텐츠 기획자이다.
인생의 많은 부분 - 이력서를 쓰는 일 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일 까지- 이 사실은
일종의 콘텐츠 크리에이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험과 감상들을 추려내어 간결하게 나를 드러내는 일.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기억에 남을 서사로 엮어내어 건네주는 일.
꼭 이력서나 편지, 책이 되지 않고 내 일기장에만 남는 글이 된다해도, 내 생각에만 남는다고 해도,
내 삶의 크고 작은 일들을 묶어 컨텐츠로 만들어내는 순간 내 삶도 조금은 더 의미있고 특별해진다.
어쩌면 인생 자체가 콘텐츠를 생산해내면서 살아가고 기획하면서 이해해나가는 일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역으로, 누구나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나도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책을 쓸 순 없고, 유명한 작가가 될 수도 없지만, 내 인생의 콘텐츠 기획자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는 일상도, 밋밋하게 느껴지는 선택들도,
작가의 글감이라 여기고 바라보면 연결고리가 생겨나고 의미가 더해진다.
글을 쓴다는건 어쩌면 너무 진지하고 오그라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싸이월드 때만 해도 주절주절 다이어리를 쓰던 우리는, 그 감성으로 적힌 글들을 어느날 부터 조롱하게 되었고,
그래서 "오그라든다"는 말을 많이 쓰게 되었고,
인스타그램에는 짧고 간결한 문장 하나로 그 감성과 허세를 함축시키는게 일종의 센스가 되었다.
남들보다 과잉이 되어 있다는 건 반대로,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지고 있는 무엇이에요.
-김이나-
그래도 어딘가에는, 내게 넘치는 생각과 감상들을 기록해도 좋지 않을까.
겉멋이 들어 조잡한 글이 된다 해도, 어딘가에 적어두면 훗날 땔감처럼 쓸 일이 생기지 않을까.
김이나 작사가는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다림질은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 때 해도 괜찮다"고 한다.
자연스레 내 감정도 남의 감정도 객관적으로 보이고 정리되는 날이 온다면서.
그 전까지는, 과잉되고 찌질한 나의 무언가를 지키라고. 깎여나가면 밋밋한 기성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나만의 콘텐츠, 나만의 삶은 과잉된 것들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다.
(김이나의 모든 말과 글을 좋아한다. 김이나의 책 "김이나의 작사법"과 "보통의 언어들", "고막메이트" 추천!)
어릴 적 꿈을 잃어버린지는 꽤나 오래됐지만,
보지 않는 글이라도 열심히 적다보면 작가가 되진 않아도 적어도 내 삶의 콘텐츠 기획자는 되지 않을까!
격일로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지만 연말연시의 이상한 무기력함으로 실패. 다음 글은 더 일찍 돌아오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