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세바시 강연과 김태리의 브이앱에서
그게 무엇이던간에 일단 첫문장을 적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영하 작가, 세바시 "자기 해방의 글쓰기" 강연 中
[김영하 작가의 "자기 해방의 글쓰기"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WIoGFHghNTk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던 김영하 작가는 학생들에게 "나는 용서한다"로 시작하는 글을 쓰게한다.
단 몇 분 만에 몰입하기 시작한 학생들은 각자 용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문장들을 이어나간다.
어느 학생은 울며 뛰쳐나가기도, 또 다른 학생은 긴 시간 끝에 "용서 못한다"로 글을 마무리하기도.
그 수업을 통해 김영하 작가가 가르친 것은 또 배운 것은 글의 놀라운 힘.
단 몇 문장으로 과거의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대면하게 하는 힘.
2019년을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감사'와 '사랑'으로 마무리했던 나는
2020년은 (누구에게나 그랬듯)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지나며 당연했던 '감사'와 '사랑'에 대해 다시 고민한다.
내가 '사랑'한 일이, 공부가, 나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지 않아서,
'감사'의 태도가 가끔은 나를 같은 자리에만 머물게 하는 것 같아서,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사람과 상황의 이면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그래서 지나온 경험과 기억을 다시 한번, 한발짝 멀리 서서 대면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용서한다"라는 문장의 글을 나 역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여전히 쓰고있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배우 태리야끼의 브이앱 : 굴레를 벗어나고 싶으면 일단 하셔야 합니다!]
사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위의 거창한 이유보다 큰 이유는,
백수!가 되자마자 모든걸 미루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 스트레스를 없애려면 무엇 하나라도 꾸준히 열심히 해봐야할 것 같아서.
어느 한 곳에 소속되지 않는 일상을 살게되면, 불규칙한 시간과 일들 속에 잊혀지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한번 책상에 앉았다면 앉은 김에 해치웠을 일들도 자연스레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그렇게 물흐르듯 의미없이 지나가는 일상의 굴레는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를 책상에 앉게 할, 생각과 감상들이 떠나지 않게 붙잡아줄 무언가를 만들어야했다.
지나온 시간과 다가오는 시간들에 대해 앞으로 꾸준히 적어나가길 바라면서,
오늘은 일단 첫문장 적기 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