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하 Oct 08. 2017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나에게

젊은 손수운전자에게

                                      김광규


네가 벌써 자동차를 갖게 되었으니/친구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네가 대견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두는 것이/좋다고 나도 여러 번 말했었지/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가는구나/

철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 장수나 생선 장수를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 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앞으로 기름값이 또 오르고/매연이 눈앞을 가려도/너는 차를 두고/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

걷거나 뛰고/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너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너무 가볍게 멀어져 가는 것 같아/나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고등학생 시절, 가장 좋아하는 시가 뭐냐는 물음에

남들과는 다른 시를 언급하고싶은 고등학생다운 허세로 시를 꼽았던 날이 있다.

이 시를 이해하는 척 했던 그 때의 나는 눈이 빨라지고 마음이 더욱 바빠진다는게 뭔지 몰랐고,

면허증도 없어 시속 60km 이상이 어떤 속도인지는 감도 잡지 못했었다. 


그 이후로 잊고 있던 이 시를 오랜만에 꺼내본 오늘의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마음이 무거워진 이 시인의 우려대로 가볍게 멀어져만 가고 있다.


열심히 일한 내 일상에 대한 보상이라는 듯 기름값에 상관없이 빠른 속도를 쫓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게 마치 나뿐이라는 듯 길가의 과일장수나 생선장수를 보지 못하고,

이 정도면 됐지 않냐며 교통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그래서 나는 이 속도를 즐기고 있는가.

빠르게 달려가는 짜릿함과 쾌감을 느끼고 있는가.


사실은 이렇게 시작되버린 삶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밟을 용기가 없어 

걷거나 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핸들만 붙잡고 덜덜 떨며 지나가고 있는건 아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