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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항재 Feb 19. 2020

위기라고 쓰고 기회로 읽는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중국 현지의 상황

현재의 상황에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사람도 기업도, 없겠지만, 이 순간에도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도 여러 번 이런 현상을 역사 속에서 배워왔다. 90년대 한국의 IMF가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러했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 중국 로컬 회사들까지도 모두 현재의 상황을 견디어 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생각해 볼만한 몇몇 현상과 시장 동향을 살펴보자 


진정한 공유경제는 고통까지도 공유한다

현재 이커머스 회사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뜻밖의 활황을 맞이했다. 

허마나 징동의 신선식품 배송 쪽은 작년 대비 200% 이상의 주문이 증가했지만 1) 배송 전담 직원들의 복귀 지연, 2) 주문 접수 후 풀필먼트(고객 주문에 대한 픽&패킹 업무) 전담 직원들의 부족 등으로 제때 주문처리 및 배송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각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급하게 각 지역별로 인력 확보를 위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징동의 경우에도 전국적으로 2만 명 정도의 신규 인력을 급하게 뽑고 있다. 


반면에 외식 업계의 경우에는 반대의 입장이다. 업종의 특성상, 그리고 직영점 위주의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곳은 많은 직원들이(서빙, 접객, 주방 등) 객장의 휴업으로 인해 반강제적 휴직 상황을 맞이했다. 중국 노동법 상 직원들의 동의하에 급여 조정, 순환 휴직 등을 진행할 수는 있으나 한국과 다르게 급여 미지급과 상관없이 사회보험 납부의 의무가 계속 기업들에게 있기 때문에 무급휴직 하에서도 계속적인 인건비 부담이 있다. 특히 수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규모가 큰 외식 회사의 경우 그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 계속 강제적인 업장 폐쇄가 진행되고 매출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대규모의 고용계약 해지, 즉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정부에서도 기업들의 부담을 인식해서 우선 사회보험료의 납부 지연을 먼저 실행했다. 

그럼에도 각 회사들이 직원들의 생계를 위한, 최소 필요한 생활비조차도 보장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구조조정 전에 우수 직원들 스스로 이탈이 일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기에 뭔가 조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과 현재 대규모 잉여인력이 생긴 곳의 니즈가 서로 맞아떨어지게 되었고, 전격적으로 전략적 협조를 하기로 합의했다.


물건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직원도 나누어 쓴다?!

우선, 타오바오, 티몰로 잘 알려진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허마(슈퍼마켓)에서 海肴,西贝,探鱼 등의 각각 수 천 개의 매장의 갖고 있는 대형 외식업종 회사들과 인력 공유를 하기로 합의했다. 외식 업계는 인력 수요가 커진 유통 회사에 자신들의 직원들을 파트타이머 형태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유통회사는 이 인력들을 활용해서 급하게 인력이 필요한 여러 업무에 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인력 공유' 케이스가 나오자 바로 차량 공유 업체(따종추싱)에서도 현재 승객이 없어 놀고 있는 자신들 플랫폼 산하의 차량 기사들을 각종 유통 회사와 외식업장의 배달 요원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배치된 인력이 이미 전국적으로 수천 명에 이른다. 

'허마' 매장에 배치된 외식 직원들이 물건 진열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

이번 케이스로 인해 중국 사회 안에서도 이 '직원 공유'라는 개념에 대해 새롭게 인식되는 상황이다. 이전 중국 노동법상에서는 엄격하게 고용관계를 관리하고 비교적 보수적인 관점이 강했었는 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연성과 새로운 방식에 대한 좀 더 열린 마음들이 생긴 것을 보게 된다.

미국에는 Shyft(www.shyft.com)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일종의 채용 사이트 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몇 가지 기술을 사용해서 실시간으로 일을 찾는 사람과 사람이 필요한 매장을 연결해 주고, 급여지급 및 근무 스케줄도 자동으로 처리해 준다. 필요할 때 인력을 바로 공급하되, 고용 관계없이 진행되기에 수요자와 공급자의 필요를 채워 준다. 중국에서는 이런 유의 서비스가 이제까지는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 사회 관념에서 고용관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HR 관련 사이트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용관계의 유연성과 특히 이번에 촉발한 재택근무, 원격 근무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중이다. 

이런 서비스와 비즈니스는 이제 막 기회의 문이 열린 것이다. 


뜻하지 않은 이커머스 업계의 지각 변동 시작

기존 중국 이커머스 왕좌는 알리바바가 차지하고 있고, 절대 무너지지 않을 아성으로 보였다.

미국이 아마존이라면 중국은 타오바오와 티몰이라는 공식이 성립해 있고 매년 진행하는 11월11일(쐉슬이 혹은 더블 일레븐)의 대규모 행사는 규모로는 진작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넘어섰다. 매년 단일 매출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이커머스 업계에는 이러한 티몰, 알리바바 그룹의 독주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 않아 있었다. 플랫폼의 파워가 너무 세다 보니 모든 것이 커머스 관점에서 결정되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플랫폼의 요구에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럭셔리, 글로벌 브랜드 중에서는 '탈' 티몰의 움직임이 있었다.

이 움직임의 선봉에 서있다고 인식되는 게 글로벌 패션 브랜드 ZARA다.



자라는 자체적인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과 물류체계를 이미 구축했고 O2O 시스템도 완벽하게 갖추어서 온라인 주문의 매장 직배송, 매장 픽업이 가능하고 고객의 온라인 구매 상품의 오프라인 매장 반품 조차도 가능하다. 최근에 중국 사업 책임자를 이커머스 출신으로 새로 임명하면서 더 공격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주도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나 회사들 입장에서는 'ZARA니까 가능하다'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 정도 급이 되지 않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티몰이 가져다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고객 트래픽과 매출기회를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이번에 발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나비효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 수 없는 모든 회사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SNS를 활용한 소셜 커머셜이었다. 반 강제적 가택 연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판매와 구매가 일어나는 것은 가상의 공간,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에서는 이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를 지칭하는 단어로 '社交营销'를 쓴다. 그런데, 중국 인터넷 생태계에서 위챗(WECHAT, 웨이신)이 SNS의 대표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Social' 또는 '사회관계망'을 논할 때는 모두가 위챗을 염두에 둔다. 

위챗이 4년 전쯤에 자신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응용프로그램 개발 툴과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샤오청수(小程序)'라고 명명한 이후 위챗 플랫폼 안에서 구동되는 이러한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통칭해서 '샤오청수'라고 부른다. 

그러다 보니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샤오청수'라고 하면 보통의 경우 위챗 안에 구현된, 온라인 쇼핑몰로 인식하고 기본적으로 유저 간의 상품 정보 공유, 판매 활동을 지원하는 소셜 커머셜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여긴다.

바로 이 샤오청수를 통한 SNS의 유저들의 온라인 판매가 이번 코로나 사태로 폭발적인 성장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이러한 SNS를 활용한 여러 가지, 다양한 커머스가 존재했었다. 아이쿠춘(爱库存)같은 독립적인 플랫폼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기존의 티몰 위주로 온라인 판매 전략을 펼치던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위챗 베이스의 '샤오청쉬' 플랫폼을 론칭하는 상황이 되었다. 패션 업계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놀면 뭐해 물건이라도 팔아!

이전에는 티몰에 입점해 있던 브랜드에서는 다른 제3자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거나 자체 온란인 몰을 오픈할 생각을 하기 힘들었다. 티몰에서의 실적이 워낙 좋으니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생각도 있고, 또 티몰에서 그러한 다채널 전략을 반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 지명도가 낮은 회사일 수록 플랫폼 종속이 현상이 강했고, 소셜 커머스의 큰 성장세를 보면서도 감히 독자적인 채널 확보를 시도하지 못했다. 그리고, 중국 내 소셜 커머스에 대한 인식이 삥뚜어뚜어(并多多) 같이 가격에 민감한 저소득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단체구매 형태로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아서 브랜드들이 그렇게 선호하는 방식이 아녔기도 했다. 

몇몇 브랜드, 특히 화장품 쪽에서는 성공 케이스들이 여럿 소개되었다. 그런데 패션과 다른 산업에는 그렇게까지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 사태가 촉발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있었으니 바로 판매사들 문제였다. 

위의 외식업과 유통업의 '직원 공유'와 같은 맥락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매출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매장 소속의 판매사들도 제대로 급여를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회사 또는 브랜드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매장 판매사들로 본인의 고객들에게(소셜 네트워크) 상품 판매(커머스)를 하라고 지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판매 커미션도 기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진행하니 판매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게 되었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회사가 판매사뿐 아니라 전사원이 같이 참여하도록 했다. 위기 상황인데 모두가 영업사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예상치 않은 실적을 낸 것이다. 이런 불황 상황에서 생각지도 않은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언론상에 이미 여러 케이스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3일 만에 4천만 위엔(한화 약 70억 원)을 팔았다는 회사도 있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현재 모든 브랜드들이 너도 나도 뛰어든 상황이다. 중국 스포츠 리딩 브랜드 안타그룹도 전 직원이 참여하는 판촉활동을 2월 말까지 진행 중이고, 들리는 이야기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 조차 판매사들 주도의 소셜 커머설 활동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내가 속한 회사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영업 채널 개발을 계획했었고, 실제 실행도 했었지만 변화관리 상 가장 어려운 점은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었다. 실은 소설 커머셜이 활성화되면 가장 타격을 받을 대상이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사들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영업 책임자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회사에서 가장 소설 커머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그들, 영업책임자이며 판매사라는 점이다. 


변화관리의 구루(Guru) 존 코터 교수가 말하길 기업 변화관리의 첫 단계가 바로  'Increase urgency(위기감의 조성)'인데, 현재의 바이러스 사태가 자연스럽게 그런 변혁의 배경을 마련해 준 것이다.


현재 이러한 움직임은 막 태동하여 진행 중에 있다. 중국 정부 관점에서도 현재의 경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이러한 움직임, 새로운 방식을 고려하는 것 같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능한 대면 접촉을 줄이면서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그리고 브랜드나 플랫폼 혼자가 아니라 그 과정에 참여한 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소셜커머스가 어찌 싫다 하겠는가 


이후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지만, 이미 2003년 SARS 사태로 중국의 C2C, B2C 이커머스가 자리를 잡게 되었듯이 이번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마도 중국의 소셜커머스 보편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측해 본다. 


결론

단순히 생존을 위한 노력이었지만 결론적으로 또 다른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트랜스폼(Transform)의 과정이 되는 것을 목격한다. 본인 스스로가 만든 기회가 아니라 외부의 큰 변화 속에서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현상이기에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위기를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는 역사 속에서 여러 번 봤었다. Wework의 창업자들도 금융경제의 위기 속에서 사무실 공유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 냈고,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도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통해 공급자(주택소유자/임대자)와 수요자(저렴한 숙박장소 필요)의 필요를 연결하는 사업모델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중국 시장의 위기에서 분명 새로운 스타, 영웅들이 등장할 텐데,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젊은 사업가들이 그러한 주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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