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컨설팅 쪽에 있을 때만 해도 인사와 조직 분야에서 '경험(Experience)'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지는 않았다.
대신 관계 관리라는 개념이 막 들어오기 시작했었다. 아마도 고객관계 관리라는 CRM의 활용이 확대되던 시점이고, 같은 맥락에서 직원 관계 관리라는 화두가 등장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같은 패턴으로 고객의 경험 관리라는 개념이 먼저 등장하고 거기에 모바일과 앱이라는 환경에서 UI/UX의 보편화가 직원 경험 관리라는 개념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직원들, 구성원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만족도, 동기부여, 사기, 그리고 좀 더 고차원적인 개념에서 성과몰입(Engagement)라는 용어까지 다루었었는데 현재는 모든 회사, 컨설팅뿐 아니라 기업들도 직원의 경험 관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직원 경험 관리에서 가장 핵심 포인트는 직원의 성장에 대한 것이다.
고객 경험 관리를 통해 고객의 브랜드나 상품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감정을 형성하고 팬이 되어 계속적인 관계를 형성, 유지해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 내 직원 경험 관리의 궁극적인 결과는 결국 인재들을 얼마나 회사에 바인딩되어 회사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로 측정, 평가되는 것이다.
직원 경험 관리도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성과에 연결되어 평가될 것이다.
직원 성장은 CDP나 교육 훈련, 배치, 승진 등의 다양한 방식과 제도와 연결되어 있다.
이전에는 단순하게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인재, 관리자를 확보한다는 차원이었지만 현재는 인재 이탈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어기제로 여겨진다. 그만큼 직원들, 사람이 갖고 있는 그 마음속 깊은 곳의 다양한 욕구 중에 성장으로 표현된 이 욕구만큼 근원적이고, 직접적인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수평적인 조직, 부서의 이동, 변경은 다양항 경험과 자기 발전의 기회를 탐색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영업부서에서 스탭 관리 부문으로, 연구개발에서 영업라인으로 기능과 부문을 이동하는 것은 이후 탑티어 경영자, 임원을 양성하기 위한 경력경로로 인식되었다.
수직적 성장 경로는 승진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초급, 작은 규모의 관리자에서 더 큰 규모로, 이전에 GE에서 리더십 파이프라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실행한 것이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로테이션은 많은 기업들이 쓰고 있는 인재 성장의 방편이다.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글로벌 환경에 노출하거나 한 사업부 안에서 현장과 관리 기능을 순환하도록 한다든가, 주기적으로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체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Lateral 이 기능과 기능, 사업부와 사업부를 넘는 큰 폭의 변화를 의미한다면 로테이션은 주기성과 순환의 범위를 한정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선 순환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언젠가는 다시 원 소속으로 돌아온다는 의미까지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 새롭게 추가된 개념이 등장했으니 바로 '부메랑'으로 표현되는 퇴사와 재입사의 포용이다.
이전까지의 성장과 경력개발이 사내 안에서 이루어진, 회사가 컨트롤하고 통제하는 범위에서 진행하였다면 그 장을 사외까지 확대해서 회사, 조직을 벗어나 외부로 나아가는 경험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재입사 형태로 복귀하는 것까지도 수용한다는 것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사내벤처, 사내 창업 또는 스타트업 형태의 신사업 태스크포스팀 등으로 현업에서 완전히 분리된 새로운 환경을 사내에서 조성해 보는 경우도 있다. 사무실조차 회사 밖의 위워크 같은 공유사무실로 배치해서 실제 창업의 분위기를 주고자 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부메랑은 정말 퇴사하여 조직을 떠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미국의 스타트업계 현황도 이러한 프랙티스가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호기롭게 퇴사해서 창업했다가 잘 안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타사로 이직한 직원을 타깃 해서 다시 역 스카우트해 오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보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의 조직문화 정서에서는 퇴사한 사람, 특히 동종업계의 경쟁사로 간 사람의 경우 배신자로 낙인찍고 배타적으로 보는 경우도 많고, 그러한 직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곱게 보지 않는 정서도 있다. 그러나, 이미 사회와 경영환경의 큰 변화 , 특히 오픈경제로 일컬어지는 협업과 공유의 화두는 이러한 인재 유동을 자연스러운 현상과 흐름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갖추어 놓았다.
평생직장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
최근에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 어떤 유니콘 스타트업 회사 사무실에 "평생직장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는 내용을 들었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며 임원이 되어 퇴임하던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 아버지의 세대에게는 이직이나 퇴사가 흔하지 않았지만, 지금 세대에게는 현재 있는 회사에서 평생을 보낼 생각을 갖고 있는 직원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수직적 계층이동을 통해 '주조된 자유'인 화폐, 즉 돈을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하고, 아무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궁극적 자유의 상태를 직업과 회사 생활의 최종 목표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한 직장에서 버티는 것만큼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 있을까?
그렇기에 아마 새로운 관점의 관계 정의, 그리고 기업이 줄 수 있는 성장의 한계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어쩌면 더 '쿨'하게 보이는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잘 키워 남주는 꼴 못 보겠다는 건 전형적인 꼰대의 마인드로 비추어질 것이다.
딜레마다. 기업의 입장에서 기껏 잘 관리하고 키워낸 인재가 다른 회사로 갈 수 있다니, 아니 지금 내가 관리하는 저 직원들이 언제가 내 경쟁사에서 내 등에 비수를 꽂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그렇다고 모른척하자니 직원들의 성장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회사를 떠날 생각을 더 가속화할 것 같고...
그냥 여기서 잘 크고 계속해서 평생을 같이 갈 동지가 되면 좋으련만, 젊은 세대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기업, 고용주가 조금 더 시장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긴장을 내포한 관계가 정상이고, 건강한 것이 아닐까? 왜 시장에서, 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독점적 상태를 배척하고 견제하는지 생각해 본다면, 같은 맥락에서 소비자, 고객의 경험이 소중한 것처럼, 비록 나의 고객들이 언제라도 내가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을 무시하고 경쟁사로 가더라도 다시 돌아오기를 구애하는 것처럼, 직원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어떤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할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면 위에 언급한 유니콘 스타트업 회사 경영자는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평생직장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 그리고 언제든 다시 돌아오라, 우리는 최고의 인재에게 언제든 문을 열어 놓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