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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ple life Dec 08. 2018

라틴어수업

죽어버린 언어의 살아있는 이야기

우리 딸이 요새 내게 효도라는 것을 한다. 그런에 이 효도라는 것이 요즘(?) 말로 효도인 듯 효도 아닌 효도 같은 그런 종류다. 즉 우리 딸이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나 기타 여러 채널을 통하여 추천받은 책을 많이 구입하고 그 중 몇 권을 읽고 나머진 잘 둔다. 그럼 그 책은 내 것이 된다. 책이야 읽는 이가 임자아닌가. 그런 책들 가운데 교수인 듯 신부인듯 변호사인듯 한 한동일님의 <라틴어 수업>도 있었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이라는 부제를 단 책의 표지 디자인은 우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 가만히 두고 있다 어느날, 기한이 지난 묵은 숙제하듯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내용은 라틴어와 이를 통한 유럽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삶에 대한 작가의 통찰로 이루어져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헤르만 헤세나 스탕달의 소설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왜 그리 라틴어 문법을 싫어라 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라틴어 문법은 격이나 수, 시제가 매우 복잡하여 배우기가 어렵고 자유롭게 구사하기에 까다로웠던 것이다.


라틴어는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언어지만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코기토 에르고 숨'

카이사르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eni, vidi, vici

베니 비디 비치'

등의 명제나 전언에서 사용되어 그런지 좀 있어 보이는 언어다. 사실 나도 누군가 한시를 읊고 논어를 인용하면 학문의 깊이가 남다른 사람으로 보였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라틴어의 현 위치가 쉽게 이해가 되었다.


한동일 작가님의 삶에 대한 통찰은 '겸손'으로 관통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신을 섬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책을 통해 느낀 한동일 작가님의 겸손은 플러스 알파들(알파가 하나가 아닌 것 같다)이 있는 것 같다. 알파들 가운데 하나인 한동일 작가님이 수강생들에게 내주는 과제인 "데 메아 비타(De mea vita 나의 인생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에세이 쓰기는 수강생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현재를 인식하는 치유의 시간이 되는 것 같다. 플러스 알파와 함께 함으로서 시너지를 얻은 겸손이라니. 훌륭한 분의 솔직함과 함께하는 겸손은 범인들에게는 용기가 되는 법이구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분의 강의나 책에서 감동을 느끼고 용기를 얻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수강생이 아니어서 과제를 한 적도 없는 내가 남기고 싶은 것은 라틴어 문구들이다


Prima schola alba est.

프리마 스콜라 알바 에스트.

첫수업은 휴강이다.(p28)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논 스콜라에 세드 비타에 디스키무스.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p51)


Postquam nave flumen transit navis relinquenda est in flumine.

포스트쾀 나베 플루멘 트란시이트 나비스 렐린쿠엔타 에스트 인 플루미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p63)


라틴어로 성적을 매기는 표현(p73)

Summa cum laude 숨마 쿰 라우데 최우등

Magna cum laude 마그나 쿰 라우데 우수

Cum laude 쿰 라우데 우등

Bene 베네 좋음


Ego sum operarius studens.

에고 숨 오페라리우스 스투덴스.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p80)


Do ut des.

도 우트 데스.

네가 주니까 내가 준다.(p114)


Tempus est optimus index.

템푸스 에스트 옵티무스 인덱스.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p123)


Post coitum omne animal triste est.

포스트 코이툼 옴네 아니말 트리스테 에스트.

모든 동물은 성교후에 우울하다.(p130)


Si vales bene est, ego valeo.

시 발레스 베네 에스트, 에고 발레오.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저는 잘 있습니다.(p138)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p148)


Carpe Diem que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p161)



Verumtamen oporet hodie et cras et sequenti die ambulare.

베룸타멘 오포르테트 메 호디에 에트 크라스 에트 세쿠엔티 디에 암불라레.

사실은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한다.(p243)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불네란트 옴네스 올티마 네카트.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Hoc quoque transibit!

훅 쿠오퀘 트란시비트!

이 또한 지나가리라! (p274)


Letum non omnia finit.

레튬 논 옴니아 피니트.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


Dum vita est, spes est.

툼 비타 에스트, 스페스 에스트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p282)


책이란 읽음이나 남음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거 같다.

이렇게밖에 적을 수 없는 것을 보니 나의 언어 실력이 부족한 것인지 언어가 한계를 가지는 것인지 늘 그렇지만 궁금하다.

그나저나 우리 딸의 효도가 계속되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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