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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지 않기 위해 내려놓는 법

: 폭풍이 심하게 몰아칠때, 잠시 놓아야 다시 잡을 수 있다

by 쨈맛캔디

요즘 일과 삶에 치여 지치던 날,

우연히 <유퀴즈>에서

한국 여성 최초로 무동력 요트 세계일주를 한

도전가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바다 한가운데서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이야기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들이

우리의 삶과 너무 닮아 있어서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그녀는 타즈메니아 근처를 지나던 어느 날,

4시간 동안 20번 넘게

전복될 뻔한 순간을 버텼다고 한다.

10m 넘는 파도, 50도 이상 기울어진 배,

손이 미끄러지면 그대로 바다로 떨어질 듯한 공포.

온 힘을 다해 조타기를 붙잡고 있었는데,

그때 선장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손을 떼세요.

지금은 당신 힘으로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단다.
지금 이걸 놓으면 배가 부서질 수도 있고,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데.
그런데 선장은 단호했다.

지금은 버티는 게 아니라,

잠시 내려놓아야 살아남는 순간이라고.


그녀는 결국 손을 놓았고,

배는 바람이 밀어주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조타를 잡았을 때,

비로소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틈이 생겼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도 똑같아요.

잘 안 풀릴 때는 억지로 틀려고 하면 부서져요.

잠시 내려놓고, 흐르는 방향을 관찰하는 게 필요해요.”





그 순간, 내 삶과 회사 생활이 겹쳐 보였다.


우리는 일이 막힐 때, 더 꽉 잡으려 한다.

성과를 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되고,

지금 놓으면 모든 게 무너질 것만 같아서.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조타기를 쥔 사람처럼,

'내가 어떻게든 바로 돌려보겠다'며

무리하게 방향을 틀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어떤 순간은,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바람과 폭풍이 이미 몰아치고 있는 때가 있다.

아무리 ‘돌려보려고’ 애를 써도,

버티면 버틸수록 상황이 더 악화될 뿐이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더 큰 힘이 아니다.

잠시 손을 떼는 용기,

그 용기가 우리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잠시 내려놓고,

팀의 흐름을 관찰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바람의 방향을 살피는 시간.


그러고 나서 다시 조타를 잡으면,

신기하게도 훨씬 덜 흔들리고,

훨씬 더 부드럽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회사 생활도, 인생도

결국은 거센 파도를 건너는 항해 같다.

무조건 버티는 게 답이 아닐 때가 있다.

가끔은 이렇게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은 놓아도 괜찮아.

배는 부서지지 않아.

다시 잡을 타이밍이 온다.

그때를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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