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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not, 청바지!

다시, 나를 맞추다

by 쨈맛캔디

옛날 변진섭의 노래 가사 중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를 들었을 땐 잘 몰랐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아,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아이를 낳고 나니 복부 근육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탄탄하던 엉덩이도 어느새 중력의 법칙에 순순히 굴복했다.


자연스럽게 패션은 변화했다.
배를 가리는 블라우스, 허리를 조이지 않는 정장바지,
주름이 안 지고, 세탁기도 편하게 돌아가는 그런 옷들.
흐늘흐늘한 옷감처럼 나도 조금은 흐물흐물해져버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다시 청바지 입고 싶다.”


청바지는 흔한 옷이지만, 사실 ‘제대로 입기’는 꽤 어려운 옷이기도 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싸구려로 사면 핏이 도와주질 않는다.
그래서 이번엔 결심했다.
할인매장 말고, 진짜 '내 몸에 맞는 청바지’를 사보자고.


0이 여러 개 붙은 청바지 앞에서 카드 결제를 망설였다.
“이 돈이면 커피가 몇 잔이고, 치킨이 몇 마리야…”

게다가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더 빠지면 그때 사자. 이번엔 참자.”


하지만, 그 순간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아니, 지금의 나에게 맞는 옷을 사야지.
미래의 내가 아니라, 오늘의 나를 위해.”


그래서 샀다.

타이트하지도, 헐렁하지도 않은,

지금의 나에게 꼭 맞는 청바지.



솔직히 아직 맵시가 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청바지는 나를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옷이다.

거울 앞에 서면 “다시 좀 걸어볼까?” 하는 기분이 들고,

점점 허리를 세우게 된다.


조금 젊게, 조금 당당하게,

오늘은 나에게 꼭 맞는 아줌마표 청바지를 입고

커피 한 잔 들고 활짝 웃을 거다.

왜냐하면,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니까.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가 되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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