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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Jul 22. 2022

잘 지내고 있어요:)

어디서도 내가 있을 자리를 찾기 어려운 날이면 괜히 연락처에 저장된 이름 목록을 뒤적거린다.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는 많지만 쉽게 통화버튼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이 사람은 사적인 연락할 사이가 아니고 저 사람은 요즘 일이 많아서 연락이 뜸해졌다. 연애를 시작한 친구는 한참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고 가족은 감춰둔 고민마저 꿰뚫어 볼 것 같아서 두렵다.


 잘 지내고 있어?

얼마만인지 모를 친구와의 연락이 마냥 반가울 수 없는 이유는 드러나지 않은 용건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별 이유도 없이 매일 학교가 끝난 후 동네에서 모이던 우리는 일 년에 한두 번 겨우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한두 번도 많은 사이가 되었고 졸업 후에 멀어진 거리만큼 소원해진 관계가 되기도 한다. 유난히 많은 감정을 삼켜야 했던 날에 문득 떠오른 이름을 찾아 연락해도 대뜸 '혹시 결혼해?' 하는 인사말을 들으면 아주 진한 초콜릿을 먹은 입안처럼 씁쓸함이 감돈다.   


우리는 어느덧 이런 사이가 되었구나.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도 뜸해지고 용건이 있어야만 안부를 묻는 존재가 되었어.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더 나은 친구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살며시 고개를 든다. 별일 없는 하루에도 종종 연락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서로의 일에 치이다 보면 또 반년쯤 훌쩍 지나있을 것을 안다.


우리의 길이 달라져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아쉬움이 크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지금 각자의 자리에 떨어져 있지만 길은 어디로 가더라도 통하니까 걷다가 다시 만날 일이 있을 날을 기대해볼 뿐이다. 어디에 있더라도 당신의 평안과 행복을 바라는 누군가 있다는 것이 작은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장난기 가득하게 머금은 학생들의 모습에서 지난날의 우리를 봤다. 햇볕을 비추듯 환하게 웃어 보이던 얼굴이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고 무슨  있냐 묻는 말에 '그냥'이란 답했다. 여전히 싱거운 대화를 나눌  있어서 좋아. 그냥저냥 잘살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가끔  이유 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다음에  만나자. 시답지 않은 장난도 좋고 녹록지 않은 현실을 나누는 것도 좋아. 서로의 자리를 지키다가 다시 만날 때까지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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