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바다유희

시라도 쓰면

그래도 괜찮은 사람 같고

사는 것이 비루해도

견디는 것은

시라도 쓰고 있다는 것은

삶의 면죄부


때로는

사람의 탈을 쓰고 사는 짐승 같아서

숲으로 숲으로 달아나다가

나는 두 발로 걷는 서러운 족속이라

그럴싸한 포장을 뒤집어쓰고

분칠을 하고 시간을 견디는 날에도

결국은 썩어가는 인간면서

내 몸의 냄새를 견디면서

She 33.5x24.5 oil on canvas 2020.jpg

그러니 죄 많은 하루 그림/문선미작가:제목/상념

어제보다는 조금 더 가벼이 휘발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나를 견디며 견디며 살아가는 위안

시를 쓰면서 시를 쓰면서

악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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