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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ak Dec 11. 2023

5시간이 넘는 대수술

입원, 수술 시 꿀팁 포함


드디어 입원 날,

바로 다음 날이 수술이다.


일주일이 넘었던 병원 생활을 짧게 적어보려는데

지금은 수술 후 꽤나 팔을 쓸 수 있게 된 때라 당시의 생각을 모두 옮길 순 없다.

노트북을 챙겨가긴 했지만 수술 후 그게 얼마나 건방졌던 건지 알게된 정도.


2인실을 원했지만 풀. 5인실을 배정받아 조금 슬펐지만

창가였고 간호사분들이 워낙 친절. 시설도 깨끗해서 지내는 동안 내 몸 컨디션 외에 다른 불만은 없었다.

아직도 코로나19의 여파가 남아 면회는 불가.

보호자 1인만 함께할 수 있는데 엄마 당첨!

일주일 이상 있을 걸 알았기에 꽤나 많은 짐과 함께 입장했다.

(중간에 동생에게 부탁해서 사온 것 포함)

그 많은 물건 중 유용하게 쓴 것을 꼽아보자면

(치약, 칫솔, 수건 뭐 이런 기본적인 세면도구는 물론이고)

클렌징 티슈, 휴대용 비데, 여분의 베개, 구부러지는 빨대가 붙어있는 텀블러, 수면양말, 슬리퍼,

후리스 집업.

그리고 가져올걸... 아쉬웠던 건 가습기.

입원실은 상당히 건조한데

희안하게 초반엔 못 느꼈고 퇴원 바로 이틀 전날 코막힘 증상에 잠을 못 이뤘다.

혹시라도 입원을 앞두고 계신 분이 있다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전하는 팁이랄까?!

그리고 평소 먹던 약이 있으면 그 종류를 이야기하고 새로 처방받아 먹는 시스템인 듯!

(나는 비타민, 셀레늄, 유산균 같은 건강기능식품 외에는 따로 먹고 있는 게 없었는데

옆 침대분 대화를 들으니 그런 것 같았다.)


짐을 놓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니 입원한 게 실감났다.

하지만 대체 언제 철이들지 모를 나는

인증샷을 찍어대며 들뜨기도 했다.



한 쪽은 림프절 전이가 추정된다고도 했기에

혹시 더 전이될까 음식은 물론 모든 행동에 조마조마했던 터.

(가슴에 통증이 있을 땐 암세포가 커지고 있나? 하는 걱정까지.)

암세포를 내 몸에서 걷어낸다 생각하니 후련하달까?!


나는 양측성 유방암이었어서 양 팔 모두 주사도 혈압도 잴 수 없었다.

하지만 혈관 주사는 입원의 국룰!

그럼 어디에? 다리에 맞는다. 발목 정도의 위치에.




다리에 주사는 처음 맞아봤는데 그 생경함 때문인지 실제로 통각이 더 발달했는지

팔에 놓을 때보다 훨씬 아팠다.

제대로 걸을 수 없는 고통은 덤!

혹시 같은 일을 겪는 분이라면 휠체어 이용을 추천한다.


수술 전 또 하나의 절차는 수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동의서 서명.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가능성까지 알려줘

무섭기도 한 과정이다.

나에겐 그런 불행이 오지 않을 것이란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시간.

유방암 전절제 동시복원 수술의 기본적인 개요는

전신마취로 이뤄지고 외과에서 먼저 유방 조직을 싸악 걷어내고

그 조직을 바로 검사하며 병기 등을 알아낸다.

이후 성형외과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남은 피부의 혈류를 측정하고

보형물 혹은 자가지방으로 재건에 들어간다.

나와 같은 보형물 재건의 경우 총 소요시간 5시간 예상.

자가지방의 경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모든 설명을 듣고 나면 그 표식인 듯한 글씨를 몸에 적는다.


외과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성형외과의 역량도 상당히 중요한 작업인데

난 믿음이 있었다.

다른 병원에서 먼저 성형외과 진료를 보고

멘탈이 만신창이가 됐던 내 마음이 치유될 정도로

친절하고도 자세히 설명해주신 교수님이 집도해주시는 덕분.

이후에도 교수님의 활약은 계속되었는데 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빠져들었다.


다행히 수술 전날 교수님을 알현할 수 있었고

(원래 진료가 잡혀있는 건 아니었는데 운 좋게 앞 침대에 회진오신 교수님!)

사이즈 등에 대한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원한다면 20% 가량 더 크게 혹은 작게도 가능하다 말씀주셨는데

난 그냥 최대한 원래대로 하고싶다 말씀드렸다.

미용 목적의 보형물 삽입은 내 원래 조직은 있는 상태에 추가하는거라 피부에 큰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은데

유방암 전절제 동시복원의 경우는 내 원래 조직을 없애고 피부만 남긴 상태에 보형물을 넣는 것이라

왠지 보형물이 크면 피부에 부담이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걱정 가득한 나를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차분히 하나하나 설명하고 안심시켜주신 교수님 덕분에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고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수술을 앞두고 당연히 금식이기에 식사는 건너뛰었지만

꽤 바쁜 아침을 보냈다.

수술 전 필요한 검사와 주사가 있기 때문.

검사는 뭐... 워낙 많이 해서 이제 감흥도 없을 지경인 초음파 검사였고

공포의 유륜주사가 이 때 처방된다.

덜덜 떨며 갔는데 다행히 악명만큼 아프진 않았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내 경우 부분절개를 위한 염색 주사가 훨씬 아팠던 정도.

(결과적으로 이건 무용지물이 됐고, 주사 부위는 아직 점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12시, 수술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수술실로 향했다.

그 시각부터 이모와 친구들이 병원에 와 수술이 잘 되길 기도했다.

(내 얼굴은 못 봤지만 엄마, 이모, 친구들이 함께했던 독특한 시간.)


침대에 눕혀 이동하는 내내 천장뷰인데

그 전까진 감정에 큰 동요는 없다가

수술실 입구부터 엄청난 공포가 엄습해왔다.

일단 너무 추웠고, 영화에서나 보던 많은 조명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땐 외과 주치의 선생님이 동행해주셨는데

내 얼굴에 "추워요. 왜 이렇게 춥죠?" 써있었나보다.

"춥죠? 날파리 등의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러 춥게 만들어요." 라고 궁금증을 해소해주셨다.

아마도 흔한 질문인가보다. 수술 침대로 몸을 옮기면서 많은 수의 의료진에 놀랐고,

반팔을 입고 계셔 참 춥겠다 생각됐다.

완전히 누운 상태가 아닌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수술을 하는 듯 했고

마취약이 들어옴과 동시에 나는 아무 기억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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