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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ak Dec 17. 2023

하루하루 새로운 전쟁이 펼쳐졌지만

각양각색 대첩 퍼레이드


입원 생활은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처음엔 출혈이 안 잡혀서 재수술 들어갈 뻔 한 출혈 대첩이 있었고

뒤이어 진통제 대첩이 발발.

처음에 맞는 무통주사는 꽤나 효과가 좋은 녀석 같았다.

10cm를 째고 가슴 속을 싹싹 긁어내고 다른 무언거를 넣고 다시 꿰멘 엄청난 서사에도

돌아버릴 만큼 아프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주사를 한 통 더 맞는 건 간에 무리가 올 수 있어 다른 진통제로 바꿔야했다.

기분 탓인지 그 진통제는 통증을 덜 잡아주는 듯 했고

그걸 혈압 재러 온 간호사께 이야기하니 많이 힘들면 진통제를 추가로 처방해준다 했다.

대부분 추가 처방을 받는다기에 그럼 나도 덜 괴롭게 추가하기로 결정.

주사 한 대 가볍게 더 놔주는 건 줄 알았는데 수액형이었다.

이왕이면 좀 더 빨리 맞으면 금세 덜 아파지겠지? 생각에 수액 떨어지는 속도를 조금 높였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머리가 핑핑 돌고 울렁이고...

그 흔한 뱃멀미도 안 하는 내게(독도 가는 배도 멀쩡히 타고간 1인)

이건 정말 생소하고도 힘든 고통이었다.

굳이 비슷한 걸 찾자면 술 엄청 섞어먹고 다음날 극강으로 괴로운 숙취랄까?

말 그대로 하늘이 노래짐은 느끼며 눕지도 서지도 못하고 침대 귀퉁이에 앉아

엄마에게 기대 있었다.

그 상태로 간호사분이 오셨고 상황을 말하자 속도를 조절하면 위험하다고 했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모든 의료행위는 의료진에게 맡깁시다!)

또 약물 자체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흔한 부작용이 내가 겪은 어지럼증이라고.  

난 조직검사 후 붙인 반창고 부작용 외에는

음식이든 약이든 부작용을 겪은 적 없어 별 걱정 없었는데

이번 사건 후 여기저기서 들어보니 실제 진통제 부작용이 심한 사람들도 많더라.  

수술 부위가 아픈 것보다 진통제로 인한 괴로움이 더 커진 나는

제거를 요청했고 울렁거림 줄여주는 주사를 추가로 맞았다.

그리고 꽤나 시간이 지나 (이미 새벽) 평안을 찾고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엔 변비 대첩이 열렸다.

전신마취 후유증으로 변비가 올 수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던 나.

하지만, 이 날 변비 대첩을 겪은 후로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아예 마렵지 않으면 상관없겠지만

나올 듯 나올 듯 안 나오고 찔끔! 나오다 말고! (더러운 얘기 죄송합니다...)

이게 5번 정도 반복되니 미쳐버리겠더라.

심지어 발에 주사바늘 양 팔에 피주머니 세 개씩, 그 여섯 개의 피주머니를 끌어안고

몸에 힘을 주면 상처가 터질 수 있어 힘을 줘도 안 되고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 상태로 편치 않은 병원 변기에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앉아 있는데

와... 미치기 직전이더라.

이왕 시작한 더러운 이야기 계속해보자면

설사날 때 온 몸에 소름돋는 그 상태로

아주 단단한 배설물이 나오기 직전 멈춘 그런 상황.

나중엔 눈물까지 흘렀고,

모든 체면을 내려놓고 간호사를 찾아가 부탁했다. "관장 해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면 위험해서 관장보단 변비약을 주겠다고 했다.

받자마자 받아 먹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고

변비약 효과가 나타나려면 여러 번 먹어야 한다더라.

사색이 된 나를 마침 회진돌던 주치의 선생님이 보셨고

관장약 처방을 내려주셨다. (오, 감사합니다!)

만약 맨정신이었다면 굉장히 굴욕적이었겠지만 당시엔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저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단 생각 뿐.

다행히 관장약은 나를 10분 후 지옥에서 꺼내주었다.

휴... 이렇게 금방 될 것을 오후 내내 괴로워하고 있었다니...

그렇게 변비 대첩은 일단락 되었고,

난 퇴원 때까지 쭈욱 변비약을 처방받았다.

당시 간호사분의 고정 인삿말은 "이제 변 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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