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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ak Jan 10. 2024

심판대에 오르다

늘 점수화 되는 우리


며칠 후, 예상치 못한 긴장감과 함께 외래 진료를 봤고

다행히 허투(Her2)는 음성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완벽한 호르몬 양성(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인 것.


이제 원래 진행하기로 한 검사를 할 차례다.

일명 착한암이라 불리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항암치료의 효과가 애매한 경우가 많기 때문.

재발 가능성과 화학항암제 효과 중 무엇이 이득일지 알아봐야하는데

(삼중양성, 호르몬 음성, 허투 양성, 삼중음성은 검사 대상이 아니다.

첫 진단을 받은 유방암 1,2기 중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으로

림프절 전이가 없거나 미세전이만 있는 환자만 해당)  

꽤나 고가(보험 혜택 없음.)지만

이 검사 결과가 잘 나오면

그 괴롭다는 항암을 패스할 수 있기에 진행하기로 했다.


검사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1. 온코DX검사

가장 오래된 검사로 미국 유방암 치료의 표준으로 쓰일 만큼 신뢰도가 높다.

다만 서양 기술인 만큼 서양인의 결과치가 대부분인데

서양에서는 유방암이 대부분 폐경 이후 발생하고 있어  

많은 데이터가 폐경 이후의 것이다.

고로, 50대 이상의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추천.

미국으로 조직을 보내 검사한다. 결과 나오는 기간은 약 3주.

비용은 약 400만 원

양측성 유방암인 경우 양쪽이니 X2 800만 원


2. 맘마프린트 검사

온코검사와 양대산맥을 이루던 검사로 이건 조직을 네덜란드로 보낸다.

화학항암제가 환자에게 효과적인지 알아보는 목적은 같고

림프절 전이가 있을 경우, 폐경 전 젊은 환자일 경우 많이 한다고.

비용은 약 400만 원


3. 엔도 프레딕트

이 역시 같은 이유로 하는 검사로 회사만 다른 것.

본사는 미국이라는데 조직은 독일로 보낸다고 한다.

비용은 약 360만 원


4. 온코프리 검사

여기까지 얘기하면 의료강국 코리아가 이런 건 못만들었어?

우리나라건 없어? 질문이 나오는데.

없긴요.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Made in Korea 온코프리 검사!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의 특성은 폐경 전 발병이 많다는 건데

바로 그런 데이터가 많아 폐경 전 환자에게 특히 권유하는 검사.

독특한 것은 한국 기술인데 검사 결과를 알기 위해선 네덜란드로 조직을 보내야한다.

비용은 약 200만 원


5. 진스웰 BCT

이 역시 국내산 기술! 조기 유방암 환자의

10년 내 전이 및 재발확률과 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검사.

40대 이전의 젊은 동양인 표본이 많다.

비용은 약 280만 원이라고.



교수님은 1. 온코DX검사와 4. 온코프리 검사를 권하셨고

젊은 나이니 온코프리 검사가 더 좋을 거라고 하셨다.

가격도 반이고 Why not?

바로 온코프리 검사를 요청드렸고

결과는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두근두근...


온코프리 검사는 디시젠이라는 회사에서 진행한다.

비용도 병원에 내지 않고

따로 전화를 걸어 거기서 주는 링크에 결제한다.

(부가세 10% 포함)



받아쓰기 시험을 시작으로 쪽지시험,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 수능시험...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점수화되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 모든 점수는 나의 노력을 평가받았다.

내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내 몸 속 조직을 평가받는 건 처음.

생경하면서도 두렵기도, 기대도 되는... 여러 감정을 품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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