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약효

치료 일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날들의 기록입니다.

by 강희재

2026년 2월 25일 수요일 대체로 흐림

- 오늘 감정 점수: 3

- 몸 상태: 3

- 떠오른 생각: (적지 않음)




어제 새로 처방받은 ‘자기 전’ 약을 먹고 샤워를 했더니 샤워를 끝마칠 즈음에는 모든 행동에 슬로우가 걸렸다.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고,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웠다. 금세 잠이 들 게 뻔했지만, 그래도 옆에는 라디오처럼 음악이나 드라마, 라이브 게임 방송 같은 걸 켜둔다. 혼자인 느낌이 드는 게 싫어서 무언가를 듣다 잠드는 게 좋다.


우리 집 고양이가 내 옆에 누워 있는 걸 느낀다. 몇 시인지는 알 수 없다. 다시 잠이 든다.


꿈속에서 나는 좀비에게 쫓기고 있다. 누군가 희생을 하기로 한다. 이건 자기 전에 〈기묘한 이야기〉를 봐서일까?


자고 일어나니 비가 그쳤다. 괜히 울적하다. 비라도 더 오면 좋을 것 같은데. 나는 비가 오는 걸 좋아한다. 비가 오면 다들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비를 보면 빗속에서 둘이서 혹은 셋이서 우산 하나로 웃으며, 서로에게 기대며 걸었던 그런 추억들이 떠오른다. 비에 잔뜩 젖어도 내 몸은 무너지지 않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또, 비가 내리면 내 안의 소음이 사라지는 것 같다.


9시 알람이 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일어났다. 여전히 눈꺼풀이 너무 무겁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물을 좀 마시고 다시 누웠다. 약 기운이 남아 있어서 하루 온종일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오후에는 엄마가 집에 올 텐데. 너무 자고 있는 내게 잔소리를 할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쉬고 싶다. 몸이 무겁다.


오후 2시가 넘으니까 정신이 좀 차려진다. 밥도 차려 먹고, 청소도 하고, 정리도 했다. 챗GPT와 약과 상담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약 용량 조절을 요청하기로 했다. 내일은 다시 병원을 가는 날이다. 11시 10분까지 병원을 가야 하는데, 약을 먹으면 기운이 없어서 걷기 힘들 텐데 조금 걱정이 된다.


by 희재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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