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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첩의사 Oct 27. 2023

제 가족이 지금 상황이라면 심폐소생술 안 할 것입니다.

" CPR 안 할 것입니다.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제 가족이 지금 상황이라면 심폐소생술 안 할 것입니다.




" CPR 안 할 것입니다.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심폐소생술,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CPR)
심장 기능 정기하거나 호흡 멈추었을 때 사용하는 응급조치.

심장, 폐 기능이 정지되었을 경우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망하게 되며 시간이 지체되어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안 될 경우에 심각한 뇌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30대 청년이 편의점 앞에서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다고 가정해 본다. 주위 사람, 누군가는 바로 달려가 가슴압박, 심폐소생술을 한다. 바로 옆 사람은 즉시 119에 신고하고 곧 달려온 구급대원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병원에 도착한 청년은 의료진들이 모두 달려와 처치, 치료하여 의식도 되찾고 건강하게 퇴원하였다.


어디서 봤을 것 같은 심폐소생술에 관련된 이야기다.

 

 




1.

 

여기 전혀 다른 심폐소생술 상황이 있다.

 


의료진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방금 말한 청년과 다른 80대 노인, 중환자실에서 두 달 넘게 치료하다 버티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향하는 상황이다.


심폐소생술, 가슴을 압박할 때마다 핏물이 뿜어 나온다. 환자에게 달려있는 여기저기 관들을 통해 뿜어 나온다. 의료진이 가슴 압박하는 대로 계속해서 옅은 핏물이 나온다. 아마도 환자 피와 체액이 합쳐진 액체 분비물이다. 가슴을 누르는 대로 갈비뼈, 흉골을 족족 부러지고 있다. 심장을 누르는 만큼 모니터에 숫자는 보이지만 이 또한 보이는 숫자일 뿐이다. 정해진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 따라 에피네프린이라고 하는 강심제, 주사를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준다.


심장을  누름에 따라 출렁이는 노인 가슴뼈가 푹푹 들어가며 그 모양 그대로 모니터 파형도 출렁인다. 살아있는 심장이 아닌 그저 눌러서 출렁이는 심장일 뿐이다.


 

 수개월간의 중환자실 치료. 이미 의식도 없는 환자도 지치고 온몸이 피폐해지고 매번 면회 오는 보호자 마음도 지쳐간다. 그 옆을 지켜주는 의료진 마음도 더 힘들다. 할 수 있는 모든 치료 방법들을 동원해도 도무지 회복이란 단어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옆을 지켜보는 나는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이 의미가 있을까요?'

 

 





2.

 길가에 젊은 청년이 쓰러진다.


심장이 멈춰버리고 의식이 없다. 아마도 이 청년이 쓰러진 이유는 심장문제, 머리 뇌혈관 문제가 가장 의심이 되며 또 다른 의학적인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방금 전 단 1분 전에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가지고 나온 것으로 봐서 방금 전까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로 판단된다.

 갑작스러운 문제, 이 경우는 꼭 최선의 심폐소생술, 가슴압박을 통해 이 청년을 살려야 한다. 심폐소생술과 동시에 119 신고, 즉시 응급 처치가 가능한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도 중요하다. 이 모두가 합해지면 이 청년의 심장은 다시 뛰고 건강을 되찾을 가능성 매우 높아진다.


 

 

 


3.

  

 지난 세 달 동안 치료라는 이름으로 함께 동고동락하였던 환자, 그리고 매일 만나는 보호자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아주 작은 생명 끈에 붙어 힘들어하는 환자. 보호자들도 이제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나의 말에 더 이상의 질문도 없이 고개만 숙일뿐이다.



어렵지만, 정말 말하기 싫지만 용기 내어 말한다.

 


 ' 환자분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치료하겠지만 지금 약물로 버티는 혈압, 맥박, 심장 힘이 조만간 멈춰버릴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할지 미리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젊은 사람이 길에서 갑자기 쓰러진다면 누구라고 즉시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환자분 상태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흉부압박, 가슴을 누르는 자체는 또 다른 고통, 골절을 만들어 줍니다.'


'만약 그 심폐소생술을 함으로 환자분이 살아날 가능성이 단 0.1%라도 있다면 심폐소생술을 반드시 합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지금 심장, 폐, 그리고 모든 장기부전이 된 상태이기에 가능성은... '

 

 

이미 내가 보호자들이 말할 대답을 정하고 설명하고 있다.


환자의 주치의와 그 가족들, 보호자들의 마음이 다 같을 것으로 생각된다. 떠나는 분을 아름답게 보내드리는 것도 의료진, 가족이 해야 할 일이다.


 

이렇게 한 생명의 마지막을 향해 갔다. 그러나 이 생명은 끝이나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한 더 힘찬 노력을 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란히 붙어있는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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