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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첩의사 Jan 17. 2024

밥 주세요. 배고파요!  [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



밥 주세요. 배고파요! 


[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





"밥 주세요. 배고파요!"



환자가 말한다. 그것도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가.


가장 듣기 좋은 말이다. 


반갑고 좋은 말이다. 




방금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말한다. 


환자는 침대에 골반과 다리를 수술하고 꼼짝 못 하고 있다. 다행히 골반이 심하게 골절되었으나 수술도 잘 마무리되고, 특히 골반 골절에서 가장 위험한 출혈이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초반에 출혈이 심하게 있었으나 지금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밥 주세요. 배고파요!"






© pablomerchanm, 출처 Unsplash






이제 혈압이나 혈액 검사 등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오늘 처음으로 식이를 시켜서 주기로 하였다. 식사는 환자 식당에서 와서 바로 앞 테이블에 놓여 있다. 환자 침대, 환자 입에서 정확히 1.5m 떨어진 곳에 환자 식판이 있다. 환자는 그 식판을 보고 본인 식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밥을 환자 옆에 가져다줄 상황이 지금 아니라 조금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아까부터 그 식판을 보고, 배고픔을 느꼈던 환자는 나를 보자마자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 밥 주세요. 말하는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어제까지 아프고, 정신없어하고 통증에 온 인상으로 찌푸리고 있던 환자였다. 그렇게 진통제를 주고, 달래 보아도 아프다고 인상, 화까지 내던 환자다. 



이제 몸도 좋아지고, 배도 고프다고 말하는 환자.


밥 달라는 말이 그렇게 반갑다. 







아침 식사를 이제 막 시작한 환자를 바라본다. 



어제는 스스로 숟가락을 들지 못하던 환자가 오늘은 스스로 숟가락을 꽉 잡고 밥, 국을 뜨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환자가 좋아졌다는 증거다.


어제까지 옆에 간병인이 숟가락에 밥을 떠먹여 주는 상황이었다.


 환자는 입만 간신히 벌리고 밥을 먹었으나 오늘은 당당히 스스로 밥을 떠먹는다. 아주 좋은 상황이고 좋아졌다는 신호다.




숟가락에 밥을 가득 뜬다.


어제, 그제까지 밥을 찔끔 떠먹던 환자가 오늘은 한 수저 가득 밥을 떠먹는다.


숟가락에 가득 들은 밥이 탐스럽게 보인다. 쌀밥을 한가득 담는 모습은 곧 국, 반찬도 가득 떠서 먹는다.



역시 힘이 살아나니까 밥 양도 늘어난다.


얼마 전까지 밥을 너무 잘 안 먹어서 나에게 핀잔도 들었던 환자이다. 


밥 먹는 양을 보니 뱃속 상처, 여기저기 부러진 골절 부위도 잘 붙을 것이다.


곧 집으로 퇴원해서 맛있는 집밥을 먹을 것이다.





© pkmfaris, 출처 Unsplash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 밥힘으로 산다. 라고 쓰고 혹시나 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본다. 


'밥심'이 쓰이고 있으며, '밥힘'은 사전에 한 단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밥심'은 '밥을 먹고 나서 생긴 힘'을 말하며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와 같이 쓰이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그렇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밥을 중요시하였다.


꼭 무슨 일, 큰일을 하러 가기 전 밥을 든든히 먹고 가라고 하는 말을 한다.


또한 친한 사람끼리 밥 한번 먹자는 말도 한다. 밥을 먹으면서 서로 간에 친분, 친목 도모가 되는 좋은 것이 밥이다. 



안타깝게 최근은 아침을 거르고, 거른다기보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대신하기도 하는 경향이 많다. 나는 아직까지 옛날 사람인지 밥과 국이 있어야 든든한 하루가 시작된다. 뭐 사람마다 다르니까 강요는 아니다.


무엇이 되었든 밥과 국이든, 아니면 토스트와 커피, 우유가 되었든 나에게 맞는 아침밥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어도 좋다. 잘 먹고살자!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복부 수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식이가 가능하면, 무엇이든 잘 먹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잘 먹어야 한다.


그렇기에 잘 먹으면 집에 빨리 퇴원시켜 준다고 환자에게 말하기도 한다.



오늘 나에게 중환자실에서 간절히, 그리고 기쁘게 


"밥 주세요. 배고파요!" 말한 환자는 분명, 빨리 회복될 것이라 믿는다!



잘 먹고 빨리 회복되고, 곧 좋아져서 집으로 갈 것입니다!





2024년 시작입니다!  


밥 먹고 합시다.


우리는 오늘도 밥심으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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