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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첩의사 Nov 06. 2024

[ 첫 풀코스 마라톤 ] '할 수 있는데 안 해봤잖아!

​그래서 해봤는데 되잖아!



[ 첫 풀코스 마라톤 ] '할 수 있는데 안 해봤잖아!' 




'할 수 있는데 안 해봤잖아!' 


그래서 해봤는데 되잖아! 




1. 


두려웠다.


42.195km



내 몸, 내 나이, 내 심장, 폐에 맞는 거리일지 의문이었다.


체중계에 올라가면 보이는 숫자도 풀코스에 맞는지 의문이었다.




만 명이 넘는 인원, 접수는 15,000명이라고 하는데, 실제 몇 명이 뛰었는지 모르지만, 엄청난 인원이다. 그것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을 내고 본인 두 다리로 뛰러 온 것이다. 정확히 온몸으로 뛰는 것이다. 


새벽 6시, 7시 해가 뜨기 전부터 모여서 뛰러 온 것이다. 


큰 도로를 가득 채운 인파에 한 번 더 놀랐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 인원 중 나도 한 사람이었다.




지난 3월. 7개월 전 마라톤 신청을 하고 솔직히 두려웠다.


42.195 숫자에 이미 놀라고, 가능할지, 중간에 포기하면 무슨 망신일지 두렵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시간을 흘렀다. 흘렀지만, 그래도 준비하였다. 그냥 흐르지 않고 무더운 여름, 저녁 기온이 30도가 되는 날에도 달렸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도 달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체중 감량을 원하는 만큼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차곡차곡 마일리지는 쌓았다. 한 달에 100km 이상은 달렸다. 물론 더 이상의 달리기 마일리지를 쌓아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하였다. 그래도 나름 시간을 쪼개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도 지나고,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부는 10월 어느 날, 마음먹고 나섰다. 긴 거리, 나름 최장거리 러닝을 해보려고 나섰다. 그렇게 처음, 한 번 더 30km 가 내가 가능한 거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최종 참가하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미지 세계인 30km 후반대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 인생의 도전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30km를 3시간 20여 분에 가능하다는 내 몸 상태를 알았으니, 나머지 12.195 km는 어떻게든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전에 그 거리를 맡겼다. 







2. 



출발시간은 8시.



미리 준비, 짐을 보관 등으로 최소 7시 전에 가야 한다. 지방에서는 무리다. 그래도 꼭 참가, 뛰어야 하기에 전날 숙소를 잡았다. 늦은 저녁 도착, 딱 몇 시간 잠만 자는 목적으로 숙소를 잡았다. 물론 설렘과 걱정으로 잠을 설쳤다.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부랴부랴 눈이 떠졌다. 간단한 식사, 배변활동, 그리고 발목 테이핑까지 준비를 마쳤다. 


새벽 6시에 타는 서울 지하철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두렵지 않는 지하철, 바로 모두가 러닝 복장, 바로 나와 함께 뛸 동지들이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경쟁상대가 아닌 함께 달리는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 




준비.


그리고 출발.


처음 엄청난 인파로 병목현상.


그렇게 10km


20km


30km


40km 


마지막 42.195km 골인 지점.









다시 눈을 감고, km 숫자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서울 도심 거리가 보인다. 


땅속 지하철로만 서울을 알아서 땅 위 서울을 보는 그런 묘미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런 재미도 잠시, 숫자가 2에서 3으로 갈수록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다리에 힘이 점점 풀렸다. 내 의지로 뛴 것인지, 주위 응원 소리를 외쳐주시는 분들 덕분인지 모르지만 마지막 골인 지점이 보이는 곳까지 몸이 오게 되었다. 



마지막 100m 들어오는 순간에는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이것을 했다는 그 벅찬 감정에! 



저기 골인 지점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 주는 것 같았다.





3. 



풀코스 마라톤은 마친 그 느낌, 한마디로 말하면 이것이다. 



'할 수 있는데 안 해봤잖아!' 


그래서 해봤는데 되잖아! 



해봤는데 되잖아. 



그렇다.


마음속에 두려움이 하나 사라졌다. 


두려움을 갖는 것이 아니라 하면 된다. 


이제는 하면 되는 것이다. 



'끝까지 걷지 않고 뛰었다.' 이 말은 이번 레이스에는 못하였다.


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골인 지점에 도착하였다. 


그렇다. 


그렇게 나는 오늘 나 자신이 한 번 더 성장하였다.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오늘은 이만 쓰려 한다.


준비부터 당일, 그리고 그 후 회복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천천히 풀어나가고 싶다. 




2024년 11월 03일.


그날 밤, 경첩의사는 이  완주 메달을 꼭 품에 쥔 채 잠들었다.


너무 기쁘고 나 자신이 대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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