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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우 Jan 23. 2024

우리나라 수제맥주 시장은 어디로?

수제맥주 즐기시는 분들 계신가요?


우리나라도 몇 년 전 수제맥주 기업들이 한참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주자로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가 있고요. 제주맥주는 2020년에 소위 말하는 ’테슬라 상장‘ 이라는 요건으로 상장했습니다. 수제맥주에 대한 문혁기 대표의 진성성과, 뛰어난 브랜드 감각으로 빠르게 성장한 기업입니다.



*테슬라 상장: 적자 기업이지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높으면, 기업가치만 보고 상장하는 절차를 의미함. 정확한 명칭은 '이익미실현 상장 요건'임.


세븐브로이는 ‘곰표맥주’로 유명했습니다. 대한제분과 콜라보하여 곰표맥주를 만들었고요. 당시 뉴트로 열풍과 맞물려, 편의점에서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곰표 맥주가 만들어진 계기도 재밌습니다. 대한제분에서 곰표 팝콘으로 히트를 치며 여러 콜라보 상품으로 재미를 보고 있던 때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맥주를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여러 맥주 업체를 물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세븐브로이 홍보이사님이 문의를 받고, 듣자마자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 생각하고 내부에 빠르게 설득하여 일을 진행시켰다고 합니다.


세븐브로이 김강삼 대표님은 사실 술을 잘 못 드신다고 합니다. 어릴 적 너무 가난해서, 서울에 올라오고 수제양복 배우는 일을 했다고 하고요. 고향에 내려가 양복점을 하다가, 어느 날 트렌드가 수제양복에서 기성양복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일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서 박리다매로 파는 횟집을 했다고 하고요. 대박이 났답니다. 근데 또 비슷한 횟집 업체가 생기는 걸 보고, 이번에는 김포공항 쪽 레스토랑을 열어 또 대박을 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정부가 소규모 맥주제조면허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며 맥주의 시대가 왔음을 직감하고, 서울에 하우스 맥주집을 차린 게 지금의 세븐브로이 시작이라고 합니다.


유튜브 채널 14F에 이 스토리가 잘 나와있습니다. 사업가란 이런 거지!라는 생각이 딱 들게 하는 스토리입니다.



참고로 지금 곰표맥주는 제주맥주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세븐브로이 계약이 끝나고 이후에 제주맥주가 곰표맥주 입찰에서 승리했습니다. (곰표맥주 인기가 확 시든 지금, 세븐브로이는 이 상황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나요?)


 

안타깝지만 24년 지금 수제맥주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제주맥주는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거의 2000억 원이었지만, 지금은 500억까지 떨어졌습니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세븐브로이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야수의 심장으로 주식을 줍줍 하는 분들도 있겠네요. (충분히 공부하고, 성장 모멘텀이 확실하게 그려지신다면 투자하시기 추천드립니다.)


수제맥주 시장은, 그리고 이 두 개 기업은 올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요?


*개인 생각

수제맥주라는 사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하나는 '기성 제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맛'이라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주류의 문법에서 벗어나, 진짜 맥주를 아는 사람이 만든다는 진정성'인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나라 수제맥주 기업에게 기대했던 것 같고요. 하지만 그동안 외부 기업과의 콜래보레이션 하며 '원히트원더' 제품을 만들었던 과정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브랜드 가치는 결국 시간과 진정성의 곱셈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혹이 됐을 것 같긴 합니다. '곰표 맥주'와 같은 콜래보레이션 제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으니깐요. 화제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옳은 판단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곰표맥주를 마신 소비자에게 수제맥주 기업은 잘 기억에 남았을까요? 위탁용역으로 만든 맥주인가? CU 편의점에서 만든 맥주인가?라고 생각했지는 않을까요. 마케팅에 의존한 제품이다 보니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고 있는 상황이고요. 매달마다 새로운 컨셉의 아이돌 노래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차트 1위 곡이 금방 금방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이 시장에서 이기려면, 끊임없이 트렌디한 제품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제맥주 시장에서도, '사무엘 애덤스'라는 맥주로 수제맥주 문화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보스턴 비어'와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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