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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May 20. 2018

베트남 유랑기 Part #4

하롱베이 크루즈 1박 2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다 이번에 발걸음을 할 곳은 베트남 동남권에서 유명한 곳인 하롱베이

그 하롱베이에서 크루즈를 타고 하룻밤을 보내기 위함이다. 함께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에게 애써 미안함에 모닝커피를 한잔씩 타서 건네고는 항상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택시를 타고 하롱베이로 이동한다.

하이퐁 타운을 벗어나 몇 개의 마을 지나는 동안 우리말을 모르는 택시기사와 베트남어를 모르는 나는 본의 아니게 묵언수행을 하며 한 시간 반의 하롱베이로 이동을 한다.

그렇게 물어물어 도착한 #35번 부두는 우리나라 여행사인 하나투어에서 운영하는 부두였다.

하노이에서부터 출반 한 여행팀과의 약속시간보다 월등히 빨리 도착하여 아직은 조용한 부둣가를 걷는다

이제 곧 떠날 크루즈 선 위의 갑판을 쓸고 닦으며 손님 맞을 채비를 하는 선원들부터 배에 기름을 넣는 펌프의 요란한 소리만이 조용한 부둣가에 울려 퍼진다.

이른 아침이지만 햇살이 뜨겁다. 바람은 없으며 꼿꼿하게 서있는 야자나무의 그늘에 앉아 "하림"의 "출국"을 듣는다. 떠나왔기에 더 떠나고 싶은 여행자의 마음 그 시작은 내가 삶을 영위하는 그곳으로부터의 출국 그것이 시점이니까.


아직은 크루즈선도 바람도 도착하지 않은 한적한 부둣가에서 나와의 시간을 직시한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터미널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앉아 자신들이 승선할 배를 기다리며 있다.

스웨덴, 미국, 영국, 덴마크, 독일, 일본, 중국, 홍콩, 베트남 그리고 한국에서 모인 여행객들 하나같이 즐거운 1박 2일 또는 2박 3일을 기대하며 나름대로의 시간의 계획을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을 시간 그렇다 여행은 상상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막상 떠나고 도착하면 그건 말 그대로 개고생이 시작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시간이 다 되고 우리 팀을 본선에 태울 바지선이 도착하고 나누어 승선을 하게 된다.

이틀간의 여정 동안 식사를 하게 될 식당에서 여행 시 주의사항과 일정을 가이드에게서 설명을 듣고 각자 예약되어 있는 선실의 키를 받아 짐을 풀고 잠시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혼자 머물기 너~~무 쓸데없이 큰 선실이다. ^^


잠시 후 서서히 배가 진동으로 그 출발을 알린다.

부두를 떠난 크루즈 선들은 마치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을 흉내 내듯이 진을 만들며 부둣가를 출발하며 이틀간의 하롱베이 일정이 시작된다. 그 여정의 좌우로는 하롱베이의 많은 섬들이 마치 수묵화의 느낌으로 도열하여 여행객들의 안녕을 바라는 듯하다.

그러면, 하롱베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어떻게 될까? 하며 궁금하지 않겠지만 궁금할 거라 생각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간단히 해보고자 한다. 베트남어로 '하(Ha)'는 '내려온다', '롱(Long)'은 '용'이라는 뜻으로, '하롱'이란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듯 '하롱'이라는 지명은, 바다 건너에서 쳐들어온 침략자를 막기 위해 하늘에서 용이 이곳으로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을 내뿜자, 그 보석과 구슬들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갖가지 모양의 기암(奇岩)이 되어 침략자를 물리쳤다고 하는 전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곳 하롱베이는 대략 1,900여 개의 작고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네스코 유산 자연공원으로 지정이 되어있는 곳이다.

거의 모든 섬은 무인도이며 하롱베이 곳곳에 다섯 군데 정도 파도가 거의 없는 잔잔한 지역에 다섯 곳 정도 해상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직접 내려서 거주하는 분들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패키지여행이었기에 불가능하여 일찌감치 포기하고 일정에 합류한다.


         

승선한 여행객들 거의 친구, 가족이 대부분인데 유일하게 혼자 여행을 떠난 이들은 인도네시아계 미국인 청년 필립과 홍콩계 미국인 수다쟁이 아줌마, 그리고 필자 본인 셋 뿐이다. 그래서인지 셋이서 유난히 많이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필립은 이미 인도를 거쳐 라오스를 여행하고 국경을 건너와 베트남으로 넘어왔다 하고 수다쟁이 아줌마는 이곳 베트남을 시작으로 중국을 거쳐 홍콩으로 건너갈 예정이라 한다. 이렇듯 여행을 떠나보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더라 여행에 대한 비슷한 관념,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참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어떻게 여행을 시작했는지부터 이야기가 나오게 되며 지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까지 얘기를 듣고 나누다 보면 나만 미친놈이 아님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필립이 생각하는 여행은 이렇다 "하나가 떠나와서 그 하나가 완전체로 돌아가는 게 여행"

수다쟁이 아줌마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그저 생각 없이 내민 시작,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나서는 마트 같은 것"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그리워서 무작정 떠나와 끝없는 그리움이 직면하는 것이 여행"

이렇듯 각자가 생각하고 그리는 여행은 천양지차로 다르며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여행이 그렇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친구가 되며 의기투합까지도 가능한 것이 여행이다. 끊이지 않는 대화와 웃음소리에 주변에 많은 여행객들이 함께 하게 되고 그렇게 우린 오늘 친구가 되어간다.



왠지 넘어가는 해가 심상치 않기에 가이드에게 다가가 넌지시 이야기를 건네본다.

"이 부근에 잠시 발 디딜곳이 있을까?"

"왜?"

"하늘을 봐봐.. 석양이 멋질 것 같거든"

"아.. 굿! 오케이 황"

하며 이름 모를 작은 섬으로 내리겠다며 섬에 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꽁지에 붙이고 다니는 연락선에 옮겨 타란다. 잠시나마 해수욕도 가능한 섬이라고 덧붙이니 여자 여행객들이 난리다. 수영복을 안 챙겼다 에서부터 시작해서 태닝오일이 없다는 둥.. 큰 타월을 빌려달라는 둥.. 다들 급 신나서 난리다.

그렇게 반 정도 되는 사람들이 배를 옮겨 타고 몇몇은 떨어지는 석양을 보고, 몇몇은 잠시의 시간 동안 해수욕을 하기도 한다. 하롱베이의 석양은 참 남달랐다. 섬과 섬 사이 그 섬의 능선으로 떨어지는 해가 주는 묘한 감정이 말이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해를 보면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집에 두고 온 강아지 생각? 아니면 흔쾌히 여행을 떠나라 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옆지기들? 그것도 아니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상환해야 할 대출이자? 그렇듯 모든 이들이 바라보는 석양 속엔 그들의 세상의 생각을 녹여내는 것이 아닐는지..


 




"세상의 모든 것엔 하나같이 이야기가 녹아있으며

그 이야기가 그 세상을 움직이게끔 하는 원동력이고

그 원동력은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나온다.


그렇듯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함

바로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이끌어가고 있는 주인공


흐르는 강물에도 사연이 있고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낙엽도 심지어 여행을 할진대

강물이 속한 세상의 움직임을 이끄는

주인공인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이며

어떻게 걷고 있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이미 답을 그대들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여행 중 잠시 뜻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행복이랄까?

다들 계획에 없던 시간의 선물을 받아 들고는 들떠있는 어린아이들 마냥 밝은 표정으로 짧은 시간의 여흥을 이제 본격적으로 풀어볼 시간인 것이다. 바로 선상 파티

해는 이미 넘어가 온 바다엔 어둠이 내려앉고 곳곳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 선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만이 밤바다의 수면에 드리워지고 곳곳의 배 위에선 흥겨운 시간이 펼쳐진다. 그 시간의 우리 배도 예외는 아니었다.



뭐 꼭 많은 양의 술을 먹어야 맛은 아니다. (주당인 필자가 할 말은 아닌 듯싶지만)

같은 여행지에서 맞는 흥겨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의 공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의 취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리 길지 않은 선상파티의 시간이지만 각종 리큐르에 위스키, 맥주 열대과일 안주로 그 흥겨움이 고조되며 하롱베이의 밤은 깊어만 간다..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도 추며, 그런 그들의 춤사위를 보며 위스키 한잔, 맥주 한 모금으로 즐거운 여행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모두 있던 곳에서의 시끄러움을 잊으듯한 모습들에 여행자로서 미소가 뿜어져 나오는 시간이다. 자유로움, 만끽 이 두 개의 단어로 여행의 모든 감정을 어우를 수는 없지만 그 두 개의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그 감정을 표현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다.


짧은 시간이 선상파티의 시간이 끝나고 한잔이 아쉬운 사람들은 Bar에 남아 하롱베이의 고요한 적막을 안주삼아 한잔씩 더 기울인다. 그렇게 하롱베이의 밤바다에는 배에서 나오는 불빛이 바다같이 칠흑 같은 밤하늘엔 밤 별이 그 빛을 더해만 간다.



여행지에서의 밤은 많은 생각을 낳게 하며, 그 생각의 끝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무엇이 이곳으로 이끌고 왔는지도 중요치 않으며 어떤 이유로 하여금 이 시간에 취해 이토록 그리움에 취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이 시간, 이 장소, 이 마음을 흘러가게 놔두는 것이 최선일뿐이다. 그게 여행이다.



잠시 하늘이 보이더니만 어느새 짙게 내려앉은 어두운 하늘로 두 번째 날이 맞는다.

배의 위에서는 같은 크루즈 선사의 다른 배에서 건너온 여행자들과 모여 모닝 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건너온 여행자들은 다시 건너가지 않고 우리 배에서 돌아가는 길을 함께한다

많은 인원으로 자리는 비좁지만 싱그런 열대과일과 베트남 원두로 내린 커피 그리고 신선한 스크램블로 아침식사를 하고 다들 바에서 맥주 한두 병씩 손에 들고 선상 위로 올라가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각자 다른 국적의 사람들 얼굴색도 조금씩 다르며 사용하는 언어도 각자 다르지만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통한다 그렇게 함께 웃으며 음악을 틀어놓고 흔들리는 배의 움직임 탓은 아닌 듯 한 춤사위로 여행의 끝을 즐기고 있다.

어떤 이는 태닝 체어에 앉아 하늘을 즐기며, 어떤 이는 선글라스 넘어 마주한 사람과 끝없는 여행 이야기에 젖어든다.


자유, 만끽이라 했다.

그것만으로도 웃음이 존재하며,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너와 내가 아니고 우리가 되는 것이 여행이지 싶다. 항상 떠날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그들의 문화에서 내가 배우고 나의 문화에서 그들이 배우게 되는 공감

그것이 존재하는 한 우리 모두는 여행을 떠나 살 수는 없는 것이 아닐는지 모를 일이다.

마무리되어 가는 시간이 아쉬운 건 항시 그렇다. 무엇을 먹었고, 어떤 것을 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그저 내가 그곳에 있었으며 그들과 함께 나누었으며 그들과 시간 한 복판을 함께 거닐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


1900여 개의 이름 모를 섬들이 떠 있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있는 이곳에서 여행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타의에 의해 떠나는 일정이 되었든 자의적인 걸음이 되었든 여행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삶이 후회 없음이며 그런 삶이 최종적 목표인 행복한 마무리로 되어가는 한 걸음이기에 최고의 시간에 최고의 행복으로 이렇게 떠남을 갈망하면서 지금의 고됨과 피곤을 이기며 지내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방향을 보다.

그러나 그 방향도 너와 내가 있는 곳이 같다면 그건 같은 거야

같은 방향을 보다.

그러나 그 방향도 너와 내가 있는 곳이 다르다면 그건 다른 것이고

삶도 생도 마찬가지

그렇게 이 자리에서 너와 내가 있는 것이 소중한 거야

그래야 그리움이 더 짙어질 테니까 말이야

"그리움이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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