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의 고소함 같지 않을까?
베트남 사파의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낡은 스쿠터를 타고 한참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작은 가게에 들러 물 한병 사들고 나와 앉아 마시고 있는데 작은 베트남 블랙 흐몽족 아이가 "몬꽈" 라며 손가락 주름 사이사이로 땟물이 가득한 작은 주먹을 들이밀며 얘기한다. 옅은 미소를 보이며 내미는 작은 주먹 안의 선물을 마다할 수 없기에.. "깜온~" 하며 나 역시 미소로 답하고 손을 내밀었더니 툭~ 하고 손바닥 위로 꼬물거리며 떨어지는 작은 애벌레 한 마리. 두 눈이 휘둥그레진 표정으로 작은 꼬마를 되바라보니 손으로 입에 넣으라고 한다.
"하.. 이거 어쩐다" 낭패감을 느끼며 작은 아이의 선물을 마다할 수 없어 입에 넣고 씹었더랬다.
톡~! 하고 터지며 입안에 번지는 비릿한 흙 맛.. 근데 의외로 고소함도 번지더라
두 손을 모아 "응온~" 하고 인사를 건네니 밝게 웃으며 돌아 뛰어가는 녀석.
그렇다 작은 벌레 한 마리지만 그 안에 작은 소년의 큰 마음이 있음을 느꼈기에 거리낌 없이 입에 넣을 수 있었지 않았던가 싶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까? 작지만, 작아서, 보잘것없어서 방치하고 괘념치 않았던 소중함.. 그 작은 것들을 문득 돌아보게 되는 오후의 어느 시간대 즈음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먹은 애벌레가 흰점박이 꽃무지 애벌레 더라 비릿하지만 은근 고소하고 맛났던 그날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