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도 저렇게도 안 될 때가 생겨요 살다 보니 가끔 그러더군요 계란 프라이를 하려 하는데 뿌릴 소금은 있지만 계란이 없을 때가 있고요 카레를 만들고자 하는데 야채는 있지만 카레가 없을 때가 있고요 그 와중에 지갑엔 행운의 지폐라는 쓸모없는 2달러만 있더군요 어쩌겠어요 그냥 흰밥에 고추장만 덮어 먹어야지
이도 저도 아닐 때가 생겨요 살다 보니 가끔 그러더군요
일회용 커피의 머리를 똑 따서 물을 부었는데 한강이 되어 이맛도 저 맛도 아닐 때가 생기고요 한밤중 불현듯 잠에서 깨어 뒤척이며 눈을 감고 있으면 자는 것도 아니고 안 자는 것도 아닌 그럴 때가 생기더군요 어쩌겠어요 부스스 눈 비비고 일어나 한강수 되어 이맛도 저 맛도 아닌 커피 한잔 해야죠
살다 보니 그렇더군요 잘 가고 있는 건지 잘못 가고 있는 건지
떠나보니 그렇더군요 이 길이 맞는 건지 저 길이 맞는 건지
어쩌겠어요 그렇게 부딪히며 사는 거고 이 길이 아니면 돌아 나오면 되지 않겠어요
그땐 가끔 이렇게 생각을 하죠
잠시 서라고 빨간등이 켜졌구나..
아무리 석양이 곱다한들 그곳엔 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서 보라는 거구나..
가끔은 내가 나를 관망하는 것도 필요하지 싶을 때가 있긴 해요
석양이 곱다한들 가 봐야 석양은 계속 내 앞에 있을 거라 빨간 등 켜지면 서서 보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
살다 보니 그렇고, 떠나다 보니 그렇더군요
그날도 석양이 그렇게나 이뻤었더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