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사선의 그림자를 만들며 내리쬐는 아스팔트 지면을 바라본다. 그 위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의 진한 초록색 잎사귀가 한 두 개쯤 바람도 없이 춤을 추었던 것도 같다. 그 움직임을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하늘의 한 구석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관람차의 복잡하지만 질서 정연한 쇠살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관람차 중앙 전광판에 시간을 표시하는 숫자는 가까이서 보니 너무나 커다래서 까딱 잘못하면 그대로 사람을 태우고 우주로 날아가버릴 것 같다.
항상 요코하마에 가면 그랬다. 대관람차 앞에 서서, 내가 언제 또 여기 올 줄 알고 하며 생각보다 비싼 티켓을 사고는 했다. 그렇게 몇 번은 혼자서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그러기도 했다. 그때마다 두터운 유리 때문에 아주 미세하게 탁하게 보이는 요코하마의 풍경, 푸른 수평선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각종 건물들의 모습과 나무, 공원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애수가 느껴졌다. 그것은 대관람차를 누구와 타던 마찬가지였다. 커다란 원주율의 가장 높은 정점을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듯이, 이제 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이곳에 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그래서 어떤 풍경이건 하나라도 더 눈알 안으로 집어넣어 오랫동안 기억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느껴졌다.
대관람차에서 내려 노란 은행잎이 가득 쌓인 보도블록을 걸어가며 예쁘게 장식된 가게의 간판을 마주치거나 오밀조밀 소박하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이내 기분이 상쾌해져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기분이 되긴 하지만, 차이나타운의 노점에서 산 돼지고기 찐빵을 한 손에 쥐고 야마시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수평선을 따라 조깅을 하는 사람이나 펜스에 기대 풍경을 즐기는 연인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도시에서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고 있는 모습에 또다시 나는 애수에 잠겼다. 돼지고기 찐빵과 애수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콤비이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진한 육즙의 고기와 밀가루피를 입 안에 씹어 삼키면서도 가라앉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다시 요코하마에 갈 날을 기다린다. 사쿠라기초역에서 내려 개찰구를 향해 걸어갈 때 느껴지는, 스이카를 찍고 개찰구를 통과해서 그 커다랗게 솟은 빌딩과 정박된 배의 돛을 바라보며 느껴지던 기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아스팔트 위를 걷고 나무데크 위를 걸으며 이제 또 여기 올 수 없겠지 하는 애수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어쩌면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애수를 느끼려고 요코하마에 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기쁨과 아련한 서정이 함께 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도시, 요코하마.
#요코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