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
오랜만에 브런치 무비 패스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제목은 <고양이 여행 리포트>였는데, 전반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는 영화였다. 나름 찾아보니 주인공이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나다.>의 남자 주인공이 아닌가? 나름 재미있게 본 영화였기 때문에, 그리고 남주인공의 연기가 나쁘지 않았기에 조금은 기대를 하고 영화관에 찾았다.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의 제목을 마주했을 때는 과거 우리나라 진돗개 영화와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주인을 찾아서 멀리 여행하는 고양이를 상상했지만, 영화는 상상과는 달랐다. 그러나 상상했던 그대로 따뜻하고 잔잔했던 영화였다. 지금부터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를 풀어보고자 한다.
#집사로 간택된다는 것?
길고양이를 반려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간택되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저 고양이를 원하면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고양이가 직접 다가와야지만이 함께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집에서 고양이도 강아지도 키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애완동물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깊게 공감하지 못했다. 다들 자신의 고양이와 강아지들은 새로운 가족이라고 했지만,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그저 상상만 할 뿐 깊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언제나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던 사토루, 그러나 고양이는 쉽게 사토루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로드킬 당할 뻔한 고양이를 살리고 사토루는 고양이의 집사로 간택이 된다. 영화에 자주 고양이의 독백(?) 씬이 나오는데, 누군가에게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짧은 고찰을 하고 넘어간다. 길고양이에서 '나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너무나 감명 깊게 다가왔던 대사는 "누군가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것"이란 말이었다. 누군가 날 위해 눈물을 흘려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여행 리포트이지만, 사실 나나의 새로운 집사를 찾아주기 위한 여정이라고 보는 게 더 맞다. 사토루는 '어떤 이유'로 더 이상 나나를 키우지 못하게 되었기에, 친한 친구들에게 나나를 맡기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사토루는 같이 사는 이모의 직업 특성상 전학을 자주 다녀야 했고, 잦은 전학의 이유 때문에 친한 친구들은 모두 멀리 살았다.
영화는 친구 한 명씩 만나면서 추억을 회상하고,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는 형식으로 흘러간다. 고양이라는 작은 주제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고,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던 상처를 치유한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눌려있던 초등학교 동창도, 사토루와의 애매한 삼각관계에서 사토루를 제치고 결혼에 골인한 고등학교 친구도 각자 얽혀있는 사연이 존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났고, 주인공들은 모두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 지난 시간을 추억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그것이 같은 시간을 지낸 친구의 든든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양이라는 매체로 그들은 과거를 회상하고, 감정을 떠올리고, 아팠던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모두들 추억을 공유하면서 어른이 된다. 누군가에게 추억으로 기억되고, 훗날 시간이 지나서 추억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것은 큰 축복 중 하나가 아닐까?
#성장에는 계기가 필요하다.
사토루는 고양이 나나와 여행을 통해 친구들의 성장을 돕는다. 그러나 여전히 상처 받은 어린아이 같은 사토루는 쉽사리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도록 자란 것도 있고, 일찍 부모를 잃었기 때문에 외로운 마음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고 위로받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인지 사토루의 웃음은 조금 슬프다. 어딘가 아픔이 숨겨진 웃음이었기에, 보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애써 자신의 아픔을 위해 고양이 나나를 좋은 집사에게 입양 보내려고 했지만, 본인의 무의식은 나나와 헤어지기 싫어했다. 그 누구도 명확한 집사로 답을 내리지 못했기에, 사토루는 결국 나나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오히려 사토루의 마음은 편해 보인다. 애써 빠르게 이별하지 않아도 되었고, 유채꽃밭에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소중한 것을 알게 되는 아이러니함이 영화에도 등장한다.
#마지막은 제대로 인사하는 게 좋아.
영화는 꽤나 티 나게 흘러간다. 주인공 사토루는 사연이 있다. 정확한 사연은 끝이 날 때쯤 나오지만, 누구나 예측 가능하게도 죽는 병에 걸렸다. (너무 뒤로 끌어서 영화가 루즈해지는 면도 있었다.) 아픈 자신이 마지막까지 나나를 보살필 수 없기 때문에 사토루는 애써 집사를 찾아서 나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중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써 빠르게 이별하려고 해 봤자 미련과 아쉬움만 더 커지게 된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제대로 인사하는 것이다. 이제 다시는 못 보게 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함께 있는 것은 가족의 의무이자 마지막 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족보다 더 가족같았던 '나나'를 뒤로하고 마지막 눈을 감는 사토루. 말이 통하지않는 고양이와 인간에게서 느껴지는 우정이 꽤나 감동적이었다.
#따뜻한 여행이었다.
일본영화는 특유의 감성이 존재한다. 뭔가 말할 수 없는 따스함 같은 것들? 뭐랄까 가끔 일본 영화의 연기들이 티나게 호들갑(?)스럽긴 하지만 그게 또 막 싫지는 않다. 감정의 선을 풀어가면서 끝까지 따뜻한 기분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일본 영화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그러다보니 조금 루즈한 면이 있는데 이것 역시 감독들의 숙제거나 지켜보는 관객들의 취향으로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잔잔했고, 종종 눈물이 나기도 했다. 조금 강압스러운 고양이 결벽증(?)같은 느낌도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사람이 간절해지면 무언가를 깊게 집착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이해가능한 부분이었다. 그래도 사토루는 좋겠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떠난 사토루를 기억해주고, 대화가 통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통하는 고양이가 언제가 그리워해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