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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May 31. 2019

아라비안 나이트 신비했던
이야기

영화 <알라딘>을 보고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 중 일요일 아침 8시 '디즈니 만화 동산'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없다에 한 표를 던지겠다. 그 시절 케이블 TV도 없었기에 투니버스와 같은 채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모두가 늦잠을 자고 싶어 하는 일요일 아침에 혼자 일어나서 가족들이 깰까 봐 소리를 낮추고 몰입해서 보았던 '디즈니 만화 동산'의 추억은 내겐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다.


2D의 기술력이었지만, 어린 우리들에게 '디즈니'의 세계는 환상의 세계였다. 상상력을 북돋아주는 이미지와 각 애니메이션마다 존재하는 메인 노래는 어린 우리들의 기대감을 가득 채워주고도 남았다. 디즈니 세계는 점점 넓어졌고 만화 동산의 세계에 사는 주인공들도 점점 현대화되었다. 기술이 발전했고 노래 실력도 뛰어나졌다. 백설공주나 뮬란, 알라딘, 구피와 같은 친구들은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일까, 동심의 재조명일까


기술력의 발전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었다. 2D로 만들었던 애니메이션에 3D 입체감을 주면서 조금 더 실제와 가까운 영상미를 주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실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애니메이션으로 만났던 주인공들을 실제화한 영화로 만들면서 우리는 디즈니의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과거 디즈니 만화 동산을 보고 자랐던 세대는 어른이 되어 가족을 꾸렸거나, 한참 소비를 즐기는 전문 소비층이 되었다. 현실에 지쳐있기에 더욱 동심이 그리워졌고, 가족을 이룬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영화들이 처음 조명되었던 것에 비해서 큰 인기를 받지 못했다. 최근의 영화 <점보> 역시 홍보에 비해서 지나치게 빨리 사그라든 기분이었다. 왜 일까? 



#영화 <알라딘>의 신의 한 수는 지니였다.


알라딘의 주인공 중 빠지면 안 될 사람은 없지만, 제일 중요한 인물은 역시나 '지니'라 생각했다. 알라딘은 원래 조금 짠한 캐릭터이고 쟈스민 공주는 이쁘다. 자파는 악당이니 악당 느낌이 나면 되는데 '지니'는 어떤 역할로 가야 하는가?! 지니의 발랄함과 경박함 그리고 따스함을 유쾌하게 표현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가이 리치 감독은 그 대답을 "윌 스미스"로 보여줬다. 윌 스미스의 깊은 내공과 다양한 역할로 표현된 노련미로 지니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예고편에 나온 지니를 보고 사람들은 비주얼 쇼크를 먹었다. 아니... 지니를 보고 싶었는데 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욘두가 나타나는가? 파아란 피부의 대명사는 과거 지니였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 파란 애들을 보면 우리는 '욘두'가 떠올랐다. 오. 마이. 갓.이다.


하지만 영화 <알라딘>을 보면 윌 스미스의 '지니'가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 같은 경박함과 유쾌함, 파티를 즐기는 귀여움과 눈빛으로 연기하는 진중함이 모두 들어있다. 조금은 정신산만 하긴 했어도 지니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었다. 다만, 너무 근육 근육 지니라서 친근감은 조금.. 떨어졌다.


욘두 아니고 지니야...


#쟈스민 공주와 자파의 각인


영화 <알라딘>의 주인공은 알라딘이 아니었다. 어릴 적 디즈니 만화 동산에서 만화의 주인공은 분명 알라딘이었다. 자파와의 갈등과 신비의 동굴에서 램프를 찾아서 나오는 알라딘, 마법 양탄자를 타고 다니면서 밤하늘 아래서 노래 부르던 알라딘. 알라딘의 인기는 게임으로 까지 퍼져나갔다. 그 시절 알라딘 게임을 하면서 안타깝게 게임오버될 때마다 한숨짓던 기억들이 생각난다. 


그러나 영화 <알라딘>의 주인공은 알라딘을 제외한 이들이었다. 특히 쟈스민 공주로 나오는 나오미 스캇의 미모와 준수한 외모의 악당 자파의 마르완 켄자리가 더욱 주인공 같았다. 갈등은 알라딘과 자파가 아니고, 쟈스민 공주와 자파의 구도로 진행되었다. 술탄이 되고 싶은 쟈스민 공주와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자파 사이에 알라딘이 꼼생이처럼 껴있었다. 램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보다는 대결의 구도 방향이 원작과는 살짝 비틀어진 기분이 든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화려한 영상미와 신나는 노래


영화 <알라딘>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노래는 성인, 아이 가릴 것 없이 동화 속 세상으로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가진다. "아라비안 나이트~ 신비한 이야기~~~ " 그 시절 그 노래들이 떠오르면서 우리는 처음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처럼 두근 거리는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시장에서 노래 부르는 알라딘과, 지니가 자신을 소개하는 노래, A Hole New World라던가 그리고 이번에 쟈스민 공주의 단독으로 만들어진 Speechless 가 나올 때 우리는 모두 알라딘과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특히 알라딘이 알리 왕자가 되어 나타나는 장면의 색감은 알라딘의 정서를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흥이 나는 노래에 본인도 모르게 박자를 맞추고 있을 것이다.



#아라비안 나이트 신비했'던' 이야기


영화 <알라딘>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많은 것을 넣어야 했기에 감독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또한 알라딘이라는 만화의 특성상 전체관람가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갈등의 구도도 어긋났고, 감정의 기복도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신비한 이야기는 이제 더는 우리에게 신비하지 않다. 너무 많은 것을 '다 알아버리고' 본 알라딘은 그래서인지 조금 아쉬움이 든다. 내가 어릴 적 동심으로 바라보았던 마음과 지금 마음의 크기는 다른가보다. 그게 또 참 아쉽다. 그래도 과거에 묻혀가던 내 디즈니 친구가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금 세상에 나오게 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스토리를 따지면 끝이 없지만 유쾌하게 보기엔 딱 좋은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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