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쥐와 하동 쥐 이야기"는 서울 쥐와 하동 쥐의 주고받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서울 쥐와 하동 쥐는 함께 지역을 위한 연구를 하다가 만났습니다. 서울 쥐는 여전히 서울에서 비루한 삶을 살고 있고, 하동 쥐는 지역 현장에서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가진 둘의 푸념들이 여러 청년(혹은 중년)들에게 조그마한 즐거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이번 일곱 번째 글은 서울 쥐의 이야기입니다. 손이 게을러 걱정입니다...
드디어 하나의 끝에 도달했어.
여전히 코앞에 두 번째, 세 번째 끝들이 다가와있지만, 어쨌든 하나의 끝에 도달했어.
네가 남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 금방 답을 할 줄 알았지 뭐야. ‘하고 있는 연구도 실행도 많으니 그중 가장 알리고 싶은 연구를 적자’라고 맘을 먹었지만, 손이 게을러서 그리고 엄청난 멘탈 붕괴에 결국 난 좌절하고 말았다네.
일단 연구 이야길 해볼게.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연구주제는 언젠가 살짝 이야기했던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하 「고향사랑기부금법」 )이야. 지난 2021년 10월 제정됐고 시행은 오는 2023년 1월이야. 너도 매우 잘 아는 법률이지? ㄱ나니? 네가 나와 함께 활동했던 당시 네가 주도했던 포럼도 열고 공부도 했던 바로 그 법률이야. 네가 잠깐 발 담갔던 카오스에 내가 제대로 (숨 참고) 다이브 했단다.
연구자로서 가장 많이 든 생각 하나를 공유하면, 지자체들 입장에서는 일본의 성공사례들도 있어 기대는 하고 있지만, 제정법의 특성상 전례가 많지 않아 고생 고생을 하고 있어. 무엇보다 우리나라 행정의 가장 큰 문제(이자 한계)인 부서 간 협업이 어려운 구조가 제도를 대하는 자세를 조금 소극적으로 만든달까.
「고향사랑기부금법」은 내가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어느 곳이든 500만 원 한도 내에 기부를 가능하게 하고 있어. 기부를 하는 이유는... 음... 고향 또는 어떤 지역을 좋아하는 마음, 응원하는 마음 정도랄까. 일본은 어차피 내야 되는 세금을 다른 지역에 내는 꼴이니 답례품이나 이런 걸로 경쟁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 정서와 현행 법률의 구조 등을 고민하면 정말 어떤 '선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전략이 돼야 한달까? 정말 난이도가 높다.
그래도 정말 어렵게 통과된 법이니 지자체들과 함께 고민을 계속 이어가곤 있어. 이 법률을 통해 타 지역에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이 좀 더 지역에 다양한 형태로 결합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는 거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역의 숨은 매력들을 찾아내서 답례품이면서도 지역의 자랑거리로 전면에 내세워서 다른 지역의 이목을 끄는 거지.
실제 내 경험에 기반해서 말해보면, 하동의 "[다달이하동] 하동 차마실 키트"를 답례품에 포함시키고 하동은 이런 매력이 있고 차 문화 고도화를 위한 기부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하는 홍보 및 사업 전략을 마련할 수도 있지. 또, 난이도 높기로 악명 높은 영암의 왕인문화축제를 탈바꿈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다양화, 주민참여 강화 등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부에 참여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지.
(좌) 하동 차마실 키드 / (우) 영암 왕인박사유적지
자연스럽게 제도와 지역의 매력과 지역의 경제(답례품)를 연결하는 묘수들을 뽑아내려고 하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는 게 더욱 중요한 것 같아. 여러 행정 담당자들을 만나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농수산축산품 등과 관련된 당사자, 문화예술/관광 등의 종사자 모두의 이야기들이 필요한 사업이니까.
이런 중요한 사업을 (일부 신입 연구원들이 결합해있지만) 나 혼자 진행하고 있어. 심지어 두 지역에서 말이야. 그래서 지역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는데 내가(아니 어쩌면 우리가) 너무 날로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중지가 모여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안절부절 상태야. 물론 이런 정신 상태이지만 연구결과엔 자신이 있는 건 내가 훌륭하기 때문이겠지만..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일'은 이 정도야. 여전히 아무도 관심 없을 것 같은 주제로, 100명도 안 읽어볼 것 같은 연구보고서를 쓰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어.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행정 담당자들과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들과 열정들이 가끔 날 고양시켜. 어쩌면 그들로부터 얻는 동력이 지금 매우 지쳐있고 좌절해있는 날 움직이게 하는 근원일지도 모르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 요즘이다.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 "하동 쥐 집에 가서 좀 여유를 찾고, 머리를 비워야겠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역시 내가 있는 곳에 사업 '일' 말고 다른 어떤 '일'이 없을 리가 없지. 이런 자조적인 말도 이젠 즐겁지도 않다.
다음 네 글을 기다리며 내가 요즘 처한 상황과 직면한 그 '일'이란 것에 대해 조금씩 글을 써보려고 해. 어떤 방식으로 발산을 해도 해소가 되질 않는다.
평안에 이르고자 하는 욕심은 없지만 (정신적) 고통 속에 살고픈 마음도 없는데.... 내가 요즘 그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