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genesis)을 가능케 하는 남성과 여성의 周而不比, 和而不同
2016년의 화두는 단연 ‘젠더'다.
젠더의 뿌리는 ‘낳다’는 의미의 라틴어 ‘제네라레(Generare)’다.
이때 어근 ‘Genere-’는 ‘인종, 범주’를 뜻한다.
류를 말하는 ‘장르(Genre)’와도 어원이 같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나온 것처럼 자율주행 첫 선을 보인 제네시스,
자동차 이름이지만 성경의 ‘창세기’ 이름이기도 하다.
젠더의 뜻은 사실 '생성'이다.
류가 달라서 이종교배(양성 생식)가 이뤄져서 생성을 한다.
만물을 낳는 것은 서로 다른 류 간의 사랑이다.
다윈은 <인간의 유래>에서 자연선택에 이어, 성선택을 말하면서
이런 양성생식 덕분에 인류는 엄청나게 다양한 개체로 불어났으며
다원화된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오늘날 이렇게 서로 다른 류 간의 사랑으로 생성된 우리들이
여혐, 여혐혐 등의 용어로 서로를 혐오하고 미워하는 형국이다.
우리 안에는 사실 엄마와 아빠가 다 들어앉아 계시지 않나.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미 양성이다.
유학에는 오륜 중의 하나로 ‘부부유별(夫婦有別)'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종종 남녀차별을 의미하는 가부장적 개념으로 오해받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남녀의 차이, 즉 류의 차이를 말한다.
차이는 다양한 생성을 가능케 하는 고마운 개념이지, 차별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부부, 즉 남녀가 다르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존재는 형성될 수 없었을 거다.
젠더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섹스와 젠더가 사람과 사회에 의해 정의된, 절대적이지 않은 범주인데도
일방적으로 사람을 하나의 분류에 넣으려 애쓰는 관례를 문제시한다.
2016년은 부부유별이란 뜻이 다시 해석될 시기인 듯하다.
부부유별을 이 글과 함께 읽으면 어떨까.
-논어, 위정편 제14장-
자왈 군자는 주이불비하고 소인은 비이부주니라.
(子曰 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
공자가 말씀하셨다.
“군자는 두루두루 하되 끼리끼리 하지 않고[패거리를 만들지 않고],
소인은 끼리끼리 하되[패거리를 만들되] 두루두루 하지 않는다.”
여기서 주(周)에는 ‘빠짐없이 지극하여 믿음이 있다’는 뜻이 있고,
비(比)에는 ‘비교하여 무리를 만들다’라는 뜻이 있다.
이너써클 자기만의 금을 긋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는 비교하다는 뜻에서 보듯, 남과 나를 가르는 행위다.
논어를 읽을 때 염두에 두면 좋은 점은 군자는 사실 ‘나’로 바꿔 읽으면 좋다.
우리는 사실 모두 두루두루 사귄다.
이 구절은 바로 다음에 나오는 자로 23장과 함께 읽으면 뜻이 더 살아난다.
君子和而不同 [군자화이부동] , 小人同而不和 [소인동이불화]하니라.
군자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 나답게 화합하지만,
소인은 남과 똑같이 하려고만 하다가 화합하지 못한다.
요즘 자주 말하는 “따로 또 같이”의 문화다.
우리는 나라는 소중한 개체 그대로 남을 따라하지 않으면서도
그 다양성이 재밌어서 서로 뭉치고 힘을 합하고 교류한다.
사실 우리 아이들의 존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군자다.
그래서 적자(赤子) 즉 세 살배기 아이도 군자다.
우리가 성인으로 칭송하는 ‘대인심(大人心)’과 '적자지심(赤子之心)'이 유학에서는 같은 개념이다.
이미 우리가 군자이기 때문에 군자인 자식을 낳았으면
군자답게 따로 또 같이 사는 세상을 살아가도록 키우면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