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악의 순간 Oct 19. 2016

I No Longer Know Anything

음악의 순간

난 여행 갈 때도 늘 시디를 갖고 다니고, 또 여행할 때만큼 음악을 열심히 들을 때도 없다. 예를 들어 부다페스트, 이러면 그때 들었던 음악이 생각이 난다. 내가 책 때문에 희귀한 여행을 많이 했다. 피지에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찍은 모누리키(Monuriki)라는 섬이 있다. 거기는 무인도라 아무나 못 들어가는데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1박2일 동안 머물 수 있도록 현장에 있는 추장 같은 사람에게 돈을 내고 하룻밤을 자고 왔다. 거기 해변에서 신문지를 덮고 자다가 추워서 깼는데 막 동이 트고 있었다. 일행은 자고 있고 나 혼자 아이팟을 귀에 꽂고 걷는데 그때 트렘블링 블루 스타스의 <I No Longer Know Anything>이 흘러 나왔다.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정말 감정이 격앙됐다. 그 노래 가사가 또 한 문장 빼고는 다 의문문으로 이루어져있다. 제목부터 "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알지 못하겠어요"인데, 그걸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새벽 4시에 해가 뜨고 있는데 들으니까 그 순간과 노래가 딱 붙어버린 거다. 지금도 <캐스트 어웨이>를 보든, 피지를 생각하든, 반대로 트렘블링 블루 스타스를 듣든, 이 세 가지가 자동으로 붙는다. 나에겐 그 정도로 여행에서 음악이 중요하다. - 이동진(영화평론가)

작가의 이전글 행복을 기다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