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순간
무스라는 팀이 있다. 브릿팝이 유행하고 오아시스나 펄프 같은 팀들이 인기를 얻을 때쯤 함께 활동했던 팀이다. 그때 난 프랑스에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던 것 같다. 딱히 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 기차나 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목적지는 정해놓지 않았고 일단 뭘 들으며 갈까 고민을 했다. 매일 듣는 재즈 말고 잘 안 듣던 걸 듣고 싶었다. 음반 가게엘 갔는데 M.O.O.S.E, 무스라고 딱 쓰여 있는 거다. 재킷도 동화 같고 해서 무스 음반과 ECM에서 나온 난해한 클래식 음반을 샀다. 집에 와 일부러 안 듣고 두었다가 다음날 새벽에 무스의 음악을 처음 들으며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첫 곡이 <Play God>이라는 노래였는데 약간 먹먹한 느낌이 있는 그 사운드가 새벽의 우중충한 분위기와 딱 맞았다. 집을 나서면서도 갈까 말까, 차라리 음반을 더 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노래를 듣는 순간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무스의 음악을 들으며 9시간 넘는 시간 동안 뒤셀도르프까지 갔다. 뒤셀도르프에 도착하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 최규용(재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