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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의 순간 Oct 12. 2016

행복을 기다리며

음악의 순간

열 살 땐데 이게 되게 인상적이다. 어렸을 때 언덕이 많은 동네에서 살았는데 그때 학원을 많이 다녔다. 남동생이랑 한 살 터울이어서 나는 학원엘 보내고 엄마는 남동생을 돌보고 그랬던 거다. 주말에도 학원을 다녔는데 내가 언덕 높은 쪽에 살아가지고 학원 봉고차가 동네를 빙글빙글 돌며 애들을 다 내려주고 내가 제일 끝에 내렸다. 그래서 항상 봉고차 앞엘 탔는데 어릴 땐 차 앞에 타면 뭔가 된 것 같고 좋지 않나. 그 맨 앞에 앉아서 아저씨가 틀어놓은 라디오를 들으면서 같이 다녔다.

그날이 토요일인가 일요일인가 주말 오전이었는데 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날씨가 되게 좋은 날이었다. 주말 아침 특유의 청명한 햇살이 쫙 비추는 너무 기분 좋은 날씨였다. 앞자리에 앉아가지고 신나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그때 윤상의 <행복을 기다리며>가 나왔다. 당시엔 그 노래가 뭔지 몰랐지만 노래의 전주가 딱 시작되는데 일요일 오전, 맑은 날씨, 봉고 앞자리에 앉아있는 기분, 이런 게 다 더해지면서 '이게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막 들었다. 그 어린 나이에(웃음). 노래의 가사, 멜로디, 오르골 소리처럼 시작하는 전주 부분까지 총체적으로 이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노래가 끝나고 봉고차에서 내려서 집으로 갈 때까지, 그리고 집에 가서도 종일 그 기분이 계속 이어졌다. 그 다음에 내가 무슨 피아노 대회에 나가서 입상 선물로 라디오를 받았는데 그 이후로 라디오를 완전 끼고 살았다. 그때 받았던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은 정말 아름답구나'라는 인상 때문에 그때부터 나는 라디오 키드가 됐다. - 김윤하(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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