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 유치원을 볼 수 없었던 6살의 슬픔
인생은 ‘시간’ 개념을 알기 전 후로 나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집에 있는 시계들을 보다가 생각났다. 내가 처음으로 ‘시간’을 배운 날. 나는 시간을 읽는 법보다 시간의 공평함을 먼저 배웠다.
그날은 여름이었고, 2시쯤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딩동댕 유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딩동댕 유치원은 3시 반에 방영되었는데 그날따라 시간이 유독 안 갔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아파트 복도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데도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엄마에게 “이제 됐지?”하고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는지 모른다. 시계를 볼 줄 모르니 엄마에게 시간을 자꾸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도 귀찮았는지 3시 반을 읽는 법을 알려줬다. 시계의 긴 바늘이 3을, 짧은바늘이 6을 가리키면 3시 반이라고. 오케이. 나는 얼른 TV 위의 빨간 알람시계로 달려갔다. 전에 아빠가 시계 시간을 맞추던 걸 본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을 따라 시침과 분침을 3과 6으로 맞췄다. 기대에 차서 TV를 켰다. ’ 이제 딩동댕 유치원을 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채널에서도 딩동댕 유치원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난 시간이 약속이란 걸 알게 됐다. 내가 시곗바늘을 돌린다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누구도 미래를 앞당기거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대신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다시 여섯 살의 기억으로 돌아가 상상해 본다. 만약 지금 내가 딩동댕 유치원을 기다리고 있던 여섯 살로 돌아간다면 뭘 할까? 시곗바늘을 돌리는 대신 놀이터로 뛰어갈 것이다. 티브이 근처를 맴돌며 발을 동동거리기보다 집 밖으로 나가는 걸 선택할 것이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보면 금세 세시반이 될 테니까. 딩동댕 유치원 방영 시간을 당길 순 없지만,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재미로 가득 채울 수 있을 테니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는 내게 달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