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꾸고, 잘 물려주고 싶은 삶의 지혜들
“아이를 낳으면, 여보 식성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뱃속에 있는 아이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남편이 말했다.
뜻밖이었다. 닮았으면 하는 게 하필 식성이라니. 얼굴이나 성격 같은 게 먼저 나올 줄 알았다.
“왜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님이 여보 식성과 식습관을 참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서. 그건 정말 만들기 어려운 거잖아요.”
맞는 말이다. 엄마 덕이다.
엄마는 30년 넘게 집밥을 지어왔다. 외식은 잘 하지 않았다. ‘너희 어릴 때 외식 좀 시켜줄걸’ 하며 농담처럼 말하지만, 사실 엄마에게 밥은 사랑이자 책임이었다. 엄마는 ’ 건강한 식탁을 준비하는 게 주부로서 가지는 나만의 직업윤리‘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재료 본연의 맛을 좋아하게 됐다. 자극적인 소스보다는 담백한 소스를 좋아하고, 튀김보단 찜이나 구이를 고른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국물보다 슴슴한 국물을 더 선호한다. 몸이 먼저 안다, 그렇게 먹어야 편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엄마는 그냥 주부가 아니었다.
삶의 교사였다. 식사 예절, 청소, 정리정돈, 인간관계까지. 엄마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엄마의 말들은 아직도 내 귓가에 남아 있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반찬은 그 사람 앞에 놔줘, 그게 사랑이야.”
“반찬은 그릇에 너무 가득 담지 말고, 3분의 1만. 깔끔해 보여.”
“수박 먹고 나면 이빨 자국 안 보이게 뒤집어놔. 보기 좋잖아.”
“늦게 와서 멋쩍어하는 친구 있으면 얼른 그 친구 앉을자리 안내해 주고 챙겨줘.”
그땐 몰랐지만, 그런 말들이 나를 만들었다.
엄마에게서 배운 건 ‘생활력’이다.
내 삶을 단단하게 해주는 힘. 나 하나 잘 사는 데서 끝나지 않고, 누군가를 배려할 줄 아는 방식.
문득 엄마의 이런저런 가르침들이 생각났다.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식성을, 어떤 생활력을 물려줄 수 있을까.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닮겠지.
결국 다시 같은 답으로 돌아온다.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고, 가르치고 싶은 것들은 내 삶 자체여야 전해진다는 것을. 잘 살아야지. 척추를 세우고 배에 힘을 주며 자세를 바로 잡아본다. 아이코, 지금 느껴지는 이 거센 발차기는 응원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