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를 정석으로 내려 마신다.
그냥 내리는 게 아니라 ‘정석’대로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로스터리에서 안내받은 원두의 양을
전자저울로 정확히 맞추고, 물의 온도를 체크한다.
정해진 양의 물을 붓고, 시간을 재며 드립을 완성한다.
손기술은 미흡할지라도 양과 시간, 온도만은 제법 정확하다. 그래서인지 커피의 맛과 향이 훨씬 풍부하게 느껴진다.
도구도, 원두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정석을 따르는 것만으로 맛이 완전히 달라지다니.늘 감탄스럽다.
아침 수유가 끝나면 드립 도구들이 놓인 커피 테이블로 향한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통제 불가능한 육아와 달리, 정확한 노력이 정확한 결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주는 안도감, 예측 가능한 결과가 주는 희열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육아 후 아침 커피 드립은 나만의 작은 의식이 되었다. 원두를 덜고, 저울에 양을 맞추고, 초 단위로 시간을 재며 집중한다.
정확한 수치에 마음을 기댈수록 머릿속은 단순해지고, 기분 좋은 긴장감이 몸 전체에 감돈다.
커피가 내려오는 동안 오늘의 컵을 고르고, 따뜻하게 데운다. 그렇게 드디어 마주하는 아침 커피 한 잔.
그 순간은 하루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정석을 지켜 얻어낸 확실한 맛, 부드러운 향, 적당한 온도. 커피 한 모금이 입 안에 머무르는 동안 조용한 활력이 몸 속을 채운다.
긴장과 활력이 감도는 아침.
단단하고 경쾌하게, 오늘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