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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네 Nov 18. 2016

사는 게 뭐라고

그에게 선물 받은 장소 - saint petersburg



"2015년 1월 9일, 결혼을 했지만 우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끼도 같이 하지 못하는 가족이 되어 버렸다."




매일 아침 한 시간 거리의 출근지를 향해 6시에 집을 나서고 7시쯤 퇴근하는 남편과 9시까지 출근하고 9시에 퇴근하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나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한 끼도 같이 하지 못하는 가족이 되어버렸다. 일 년에 한 번 떠나는 일주일의 휴가도 감지덕지하며 우리는 무슨 행복을 위해 서로 마주하는 시간 조차 없이 살아야 하는가. 혹여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노라 할지라도 서러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감사한 일이 되어버렸다. 결혼을 하고 일 년이 될 무렵 가족동반 불가한 해외 발령이라니.. 쌓여있던 서러움으로 밤새 울었다. 아마도 남편이 떠나는 빈자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매일 저녁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 끼가 나에겐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밤이었다. 눈물이 멈춰 있을 즈음 나는 남편에게 발리에 가서 여행자 자격으로 혼자 살아보겠노라 했다.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을 허락하고 보름 만에 남편은 낯설고 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4개월 만에 만난 남편은 6kg이 빠져 있었고, 다시 또 5개월 만에 만난 남편은 4kg이 더 빠져 있었다. 평균온도 영하 20도를 맴도는 러시아에 10kg이 빠진 남편을 홀로 두고 나는 이번 겨울에 발리를 가겠노라... 차마 얘기할 수 없었고,





 "흔하디 흔한 그 사랑의 힘으로 나는 지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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