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취업지킴이
내가 채용 관련 업무를 할 때 경험한 일이다.
따르르릉 따르릉 울리는 전화벨 소리 임원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부리나케 전화를 받은 부장은 허리를 굽신굽신 전화기에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리고 나에게는 OOO 이름 세 글자가 적혀있는 종이 한 장이 주어진다.
이게 가능할까?라고 질문하는 친구들이 있겠지만 특정 구직자의 부정청탁을 시도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특히 주관적으로 판단이 이뤄지는 채용 프로세스에서 인사 청탁 및 외부 압력은 거절하기 쉽지 않다. 과거 상사로 모시던 사람, 승진과 관련된 사람, 회사의 1%에 속하는 본사 임원 등 가깝다는 이유로 또는 혹시라도 있을 인사 불이익이 두려워 당당하게 거절하지 못한다.
이렇게 조직별 인원 할당을 중심으로 한 입사 청탁 그리고 관행과 비리가 회사의 뿌리를 갉아먹는 암세포임이 분명한데, 서류부터 면접까지의 전체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허술하다. 특히 기본적인 역량만 보겠다는 스펙초월 분위기가 확산되며 채용비리는 더욱 심화되었다. 스펙 초월 리크루트, 지방대 우대, 여성할당제, 특정 대학 리크루트 등 다양한 채용 환경이 조성되며 정확한 정량적인 수치보다는 정성적인 수치들의 비율이 올라갔고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권한이 강화되어 버렸다.
실제로 매 회 스펙 초월 리크루트를 진행하는 빨간색이 연상되는 대기업의 경우 서류 및 PT까지는 블라이드로 진행되지만 마지막 최종에서 청탁된 인원 및 스펙을 확인하여 합&불을 결정한다. 가장 심각한 전형은 채용 전환형 인턴이다. 공개채용보다 언론 및 구직자들의 관심이 덜하며 내&외부감사가 덜하다는 이유로 정말 꼭 한 명씩은 채용 청탁이 이뤄진다.
이러한 부정행위가 만연하니 정직하게 지원하는 구직자들에게는 좁은 취업문이 더 좁아졌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이번에 김영란법을 시행한다고 한다. 법 내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공직자의 비리를 경제적, 이익으로만 이해하는 것과 처벌 강도를 높이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하지만 부정행위의 원인을 살펴보면 퍼지 요인과 비슷하다. 퍼지 요인이란 인간이 인지적 유연성을 발휘하여 두 가지 동기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동기란, 자아의 동기부여와 재정적 동기부여를 말한다. 전자는 스스로가 자신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하고 후자는 경제적 이익을 많이 얻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한다. 본래 사람은 자기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하고 싶으면서 물질적으로 욕심도 가지고 있다. 이 퍼지 요인을 부정행위와 연결시키면 부정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점과 부정행위가 발각될 가능성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데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 고 :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특히 우리나라처럼 인간관계가 사회생활에 중요한 요소를 차지할수록 이런 부정행위는 퍼지 요인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실제로 내가 모시고 있던 부장님의 경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렇지만 임원급에서 부탁하는 취업 청탁의 경우 한 번에 거절하지 못하고 그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결국 수용했다. 연일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국회의원&고위 공직자들의 취업 청탁도 이에 속한다. 윤후덕 새 청치 연합 의원 딸 채용 특혜,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 아들 법무공단 맞춤형 채용, 문희상 새정치연합 의원 처남 취업 청탁, 새누리당 김태호, 강기윤 의원의 인사 청탁 문자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현대판 음서 제의 민낯이다.
그런데 실제로 대기업들은 이러한 청탁을 오히려 반긴다.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관계 인사 자녀들의 취업 청탁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것은 이들이 근무하고 있으면 사업상 위기가 발생하거나, 타 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대외 입찰 등 이들의 부모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글프게도 고관대작이 자녀들을 대기업에 취직시키기 위한 청탁 못지않게 이들의 자녀를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한 대기업의 경쟁 역시 만만치 않다.
관련기사 :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 newsid=20150819055958759
이렇게 입사하면 채용 인원들 중 타 신입사원들과 다르게 관리된다. 즉 사측이 관리하는 '정관계 자녀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고 특별 대우를 받으며 OOO 대법관 아들, OOO 국회의원 조카 등 꼬리표가 붙는다. 이렇게 리스트에 올라간 신입사원은 연수나 승진 등에서 입사 동기들에 비해 큰 혜택이 주어진다.
이렇다 보니 정직하게 지원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그만큼 불이익이 돌아간다.
서류와 시험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부모의 능력이 오히려 더 많이 좌우하는 게 채용에서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채용 청탁
다 같은 선에서 출발하지 못하는 공공연한 사실을 숨기고, 우린 공정하게 채용한다고 말하는 기업들의 꼼수와 궤변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