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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희 May 13. 2020

'책 향기'를 선물하고 싶었던 동네 책방 오픈 첫날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07]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복숭아꽃 동네 책방에 찾아온 이상한 손님들


2020년 4월 14일. 책방 문을 열었다. 책방이 위치한 동네는 마포구 도화동. 옛날 옛적 복숭아꽃이 많아 복사골로 불렸다는 동네다. 이제는 볼 수 없지만, 거리마다 활짝 폈었을 복숭아꽃을 상상해 보았다. 꽃 향기처럼 책 향기를 선물하고 싶은 책방의 첫날, 어떤 그림책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던 봄날, 첫 전시로 '복숭아꽃 동네 책방에 찾아온 이상한 손님들'을 준비했다.


◇ 복숭아꽃 동네에 찾아온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꾸러미


'복숭아꽃 동네, 도화동에 그림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어떤 그림꽃이냐고요? 바로 「이상한 손님」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그림 꽃이랍니다. 책 향기가 솔솔, 복사꽃 만발하는 봄. 우리 함께 그림 꽃 만나러 가 볼까요?'  - 전시 소개 중에서



'복숭아꽃 동네 책방에 찾아온 이상한 손님들' 전시 모습. ⓒ오윤희



첫 전시로 책방을 찾은 주인공은 바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꾸러미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며 그림책을 고르고 읽으며 꿈을 키워간 어린이 친구들과 함께 한 봄날. 전시로만 끝났으면 아쉬웠을 어린이들을 위해 그림책과 함께 하는 놀이를 준비했다.



◇ 읽고, 보고, 만지고, 만들며 느끼는 '빅북 책 놀이' 


빅북과 함께 하는 「알사탕」 비누 클래스. ⓒ오윤희


'Big Eyes, Big Books! Joyful, Wonderful Days!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크게 즐겨요! 빅북으로 함께 하는 재밌는 책놀이와 선물도 준비했답니다. 동구르르 동글동글한 알사탕을 동동이가 먹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바로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거에요. 알사탕 하나를 꼴깍, 둘을 꼴깍! 알사탕이 녹아서 사라지자, 다시 사라지는 마음의 목소리들! 마음의 목소리가 듣고 싶으세요? 함께 마법의 알사탕 비누를 만들어 볼까요?' - 클래스 소개 중에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에서 고른 책은 「알사탕」, 「삐약이 엄마」 그리고 「장수탕 선녀님」. 내가 동동이라면 어떤 알사탕을 먹고 어떤 목소리를 들을까? 내가 삐약이 엄마가 된다면? 상상해보는 비누 클래스, 내가 장수탕 선녀님을 만난다면? 버블바 클래스를 열었다. 클래스에 참여한 친구들은 제각각 좋아하는 색깔을 고르고, 향을 넣으며 동동이가 되고 삐약이 엄마가 된 상상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빅북과 함께 하는 「삐약이 엄마」 비누 클래스. ⓒ오윤희


"내가 좋아하는 색깔은 파랑색이에요. 동동이처럼 파랑색 알사탕 비누를 만들어서 집에서 뽀득뽀득 손을 씻을 거에요."

"내가 좋아하는 색깔은 핑크랑 보라색이에요. 동생이랑 같이 만들어 나누어서 엄마랑 아빠한테 선물할 거에요."

"나도 사실 쇼파에 방귀를 뿡 뀌어요. 우리 아빠도 동동이 아빠처럼 잔소리가 많아요."

"니양이가 친구들을 괴롭혔는데, 삐약이가 니양이를 엄마라 생각하고 이제는 삐약이랑 착하게 살아요. "

"니양이에게 삐약이 엄마라는 이름이 생겼어요. 우리 엄마도 00 엄마라는 이름이 생겼어요."

"니양이가 이제 외롭지 않아서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 같아요. 나도 삐약이 비누 만들 수 있어요."



클래스 동안 혹시나 엄마 아빠를 찾을까 걱정했지만, 모두가 제각각의 이야기를 꺼내며, 즐겁게 비누를 만들었던 시간. 아이에게는 양손 가득 의미 있는 선물을, 엄마 아빠에게는 클래스 동안 즐거운 자유 시간을 선물로 드린 시간이었다.



'빅북으로 삐약이 엄마를 만나요! 니양이가 계란을 꿀꺽했다면, 친구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뿅! 태어나게 해 볼까요? 마법의 종이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오밀조밀 만드는 나만의 키링!' –클래스 소개 중에서


빅북과 함께 하는 「삐약이 엄마」 미술 클래스. ⓒ오윤희


5월 5일 어린이날에 준비한 클래스는 「삐약이 엄마」와 함께 하는 미술 클래스. 그림책처럼 삐약이를 그린 친구부터 자신이 갖고 선물과 싶고 되고 싶은 인물을 그린 친구까지. 알고 있었던 이야기이지만, 빅북을 함께 읽고 나만의 키링을 만들었던 아이는 삐약이 엄마가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고 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림꽃이 활짝 피었던 봄날의 책방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가오는 6월엔 어른, 아이에게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함께 하는 책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여름을 맞이한 책방에서 어린이 친구들이 어떠한 꿈을 꿀지, 어떤 책 향기를 찾으러 올지 기대되는 나날이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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