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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Jun 07. 2018

첸나이행 비행기

여행 첫걸음

엥? 32만 원? 고작 그 정도 가격에 인도에 보내준다고? 이런 금 같은 가격에 인도까지 보내준다는데 결제하지 않으면 머저리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여행 준비를 핑계로 놀러 간 제주 앞바다 카페에서 남인도 첸나이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첸나이. 거리에 소 있다 진짜. 많다.


첸나이? 그게 어디지? 아무렴 어때 이렇게 저렴한데 나쁠 수가 없지. 아니 이미 좋은 곳이지. 굳이 알아볼 필요가 있나. 가서 보고 느껴보면 되는 거지. 물론 내 생각은 착각이었고 인도에서 박살이 나버렸다.


“왜 하필 인도로 가려고 하냐?”

“인도는 더럽고 위험해! 안 가는 게 좋아."


물론 인도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한 말이다. 사실 인도를 첫 여행지로 결정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한창 여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 박민우 작가님의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라는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은 내 안의 흥미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인도가 궁금해졌다. 인도의 커리가 궁금해졌고, 사기꾼뿐이라는 인도인, 지독하다는 인도의 기차, 그리고 무엇보다 인도의 냄새가 궁금해졌다.


“겨우 독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쓰인 글에 혹해서 인도에 가겠다고? 책에 쓰인 건 다 사탕발림일 걸?”


어쩌라고. 이미 인도에 가기로 결정한 이상 되돌릴 수 없다. 어찌 됐건 인도에 가야겠다. 가서 오랫동안 꿈꾸던 여행을 망치더라도. 인도 여행이 끝났을 때, 인도를 저주할지 혹은 인도와 사랑에 빠질지 모르겠다. 뭐 궁금하지도 않다. 둘 중 하나겠지.


첸나이가 어떤 곳인지 모른다. 남인도인 그곳에서 시작한 내 여행은 철저하게 내 위주의 여행이 되어야만 한다. 어느 도시를 둘러볼지, 어떻게 갈지? 그것들은 인도에 있는 내가 고민할 일.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해야지. 내 여행이니 내가 즐겨야지. 여름의 뜨거운 인도에 녹아 스며든 내가 보고 싶다.  


뭄바이


“너 24살인데 그렇게 여행 가버리면 다녀와선 뭐 할 건데? 너무 늦지 않겠어? 대학 졸업은 어떡할 건데?”


긴 여행을 준비하던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사실 이미 예상했던 말들이기에 별로 상처가 되지 않았다. 여행이 끝난 후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떠나지 않았을 때 느낄 후회가 두려웠다. 18살 고등학생이던 내가 꾸기 시작한 꿈을 24살의 내가 이룰 생각에 남은 것은 설렘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저런 말들을 한 사람들은 다 내 여행을 부러워하더라.


히말라야 트레킹


참 시시한 이유지만, 18살의 나는 세계지리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준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고 꿈을 가진 학생이 되었다. 여행에 대한 꿈은 점점 나이가 찰수록 큰 갈증이 되었고, 군대 안에서 확신이 되었으며, 어느새 군 전역 후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를 졸라 돈만 죽어라 모으진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준비는 그 역시도 행복이길 원했고 시간을 갖고 많은 경험을 하며 만들고 싶었다.


24살의 봄, 나는 9개월 동안 일해 모은 돈 1100만 원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내 역마의 방향은 없었으며 오로지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여행은 탄탄대로여야만 했다. 나는 그중 인도라는 곳으로 향하는 길 위에 서 있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걱정 따위는 없었고 누구보다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도라는 또 다른 한 세상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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