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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May 26. 2018

불안한 첸나이, 끔찍한 인디아.

인도를 저주한다.

3월 12일. 첸나이에 떨어진 나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릭샤꾼에게 사기를 당하고, 정신없는 첸나이 시내에 당황하며 고민에 빠졌다.


'아 인도에 온 것이 과연 잘한 일인가?'


 호객꾼 들은 사탕에 달려드는 개미처럼 들러붙었고, 어린아이들까지 합세하여 나한테 돈을 뜯어가려고 하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다. 순식간에 혼이 나간 나는 어찌어찌 도착한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첫 사기를 선사해준 아재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자고 일어나서 동네 구경도 하고 음식도 사 먹고 하자'


자고 일어나도 변한 나는 없었다.

음식 하나 제대로 먹지 못했고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노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결국 땀만 뻘뻘 흘리고 먹은 저녁은 피자. 피자를 먹으면서 난 인도에 온 첫날이니 피자 정도 먹어줘야지 라는 합리화를 하고 이내 비참해졌다.

나는 다른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미안 얘들아 나는 너희가 돈을 달라고 할 줄 알았어

'첸나이는 대도시니까 더 심하겠지 시골로 가면 다 순박하고 인심 좋은 사람들로 가득할 거야'


핑계 만들기에 급급한 나는 함피행 버스를 끊었다.

일찍이 숙소로 돌아온 나는 내일은 더 강한 내가 되길 바라며 잠을 청했고, 그다음 날 나는 옴팡지게 사기를 후두려 맞았다.저녁 버스였기에 시간이 많이 남아 첸나이의 관광지인 마리나 비치를 가기로 했다. 릭샤왈라를 잡았는데 이 자식이 100루피를 부른다.


'아 나 벌써 하루 만에 인도에 적응했구나'


70루피로 깎은 나는 신이 나서 마리나 비치에 내렸다. 하지만 날씨는 무더웠고, 가방은 무거웠고, 그곳은 크고 아무도 없었다.


"헤이 친구 내 릭샤 타 여기저기 관광지 둘러보고 네가 가는 목적지에 내려줄게! 고작 200루피라고! 그쪽으로 계속 가면 술 취한 사람들이 니 돈 빼앗을 거야! 내 릭샤 좀 봐 이름이 페라리라고!"

"오케이 알았어! 대신 마사지나 쇼핑은 절대 안 할 거야 절대 절대 쇼핑몰은 안 가!"

"이봐 친구 문제없다고!"


탔다 페라리를.

페라리치곤 딱딱한 승차감과 그가 처음 데려간 곳은 이름 모르는 교회. 입장료가 없다는 말에 사뿐하게 구경했다. 문제는 다음 목적지였다. 역시나 이름은 잘 기억 나지 않는 사원이었는데, 신발을 맡기고 들어가는 곳이었다. 신발을 벗어두고 안으로 들어가니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가 자연스레 붙어서 입장료는 25루피란다.

다른 사람들은 돈을 안내는 것 같았지만, 외국인만 받는다는 입장료치곤 싼 가격에 흔쾌히 돈을 주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사원을 구경했다.


"네가 조금의 기부를 하면 너의 가족은 축복을 받고 여기 있는 불쌍한 사람들을 먹일 수 있어."

"나 돈 없는데.. 오케이 많이는 못하고 2달러 할게"


2달러의 받은 그의 표정은 고작 2달러로 무엇을 하겠다는 거냐는 표정이었다. 여유로운 사람이나 하는 거지 난 돈이 없다.


"오케이 이상 설명 끝났고 가이드 비용 1500루피 내놔"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은데 그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다. 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줬는지 의문이다. 속이 부글부글 거리며 신발을 찾으러 가니 돈 내란다. 풕킹 인디아. 페라리 기사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입장료 있는 곳은 절대 안가"

"오케이 친구 다음은 마지막 사원이야 입장료도 없다고!"


돈 갖다바친 사원


사원 구경은 이미 부글거리는 속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페라리가 나를 태우더니 다짜고짜 어디론가 간다. 내가 가야 하는 곳은 사설 버스 여행사인데 페라리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도 뭐 알아서 잘 찾아주겠지.

하하 이 친구 쇼핑몰에 나를 내려준다.


"야 내가 아까 쇼핑몰은 절대 안 간다했잖아"

"오 제발 친구 가서 아무것도 안 사도 돼 구경만 하라고 네가 구경하고 나오면 나한테 커미션이 주어진다고 제발"


왜 이렇게 거절을 못하는지 맘에도 없는 쇼핑몰을 두 군데나 구경하고 나왔다.


"이곳은 너무 멀어서 못 가 가려면 500루피 더 내"


아 인도에 정이 뚝 떨어져 버렸다. 결국 그냥 근처에서 내리고(100루피 더 줬다) 버스를 타고 사설 여행사까지 찾아갔다.


함피행 슬리핑 버스


내가 인도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함피로 가는 슬리핑 버스에서 난 인도라는 나라를 저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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