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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May 26. 2018

지구에 없는 함피, 함피의 인도인.

애증의 함피

사실상 첸나이에서 도망쳐 온 함피, 함피에서는 인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길 바랬다.


믿을 수 없는 풍경의 함피.


지구에 있을 수 없는 풍경, 신이 지구를 만들기 전 시험 삼아 만들어 본 도시라는 함피. 함피에 도착한 나는 하루에 200짜리 스쿠터를 6일에 1000에 빌렸다. 뿌듯하다. 인도에 적응하고 있는 걸까. 숙소로 달리는 내 스쿠터가 바람을 가른다.


사방이 돌과 바위인 함피 아일랜드.


늘어지게 늦잠을 즐기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스쿠터로 바람을 가르며 뽈뽈 돌아다녀 함피를 음미했다. 끝없이 펼쳐진 돌산과 푸른 논밭. 함피와 나는 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매력적이었고 난 충분히 함피를 즐겼다.


원숭이 사원의 일몰.


그 사고만 없었으면.


"완전히 니 잘못이니 네가 책임져 3만 루피 내놔"

"니 스쿠터 완전히 망가졌네 1만 루피는 줘야겠는 걸?"


숙소에서 만난 산토시, 릭과 함께 원숭이 사원에서 일몰을 보고 돌아오는 길, 릭의 타이어가 퍼져버렸다.


"내가 데리고 올게"


쓸데없는 짓이었다.

릭을 데리러 가던 중 나는 순간 인도의 도로는 반대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달리다 현지인 3명이 타고 있던 스쿠터와 박아버렸다.

맨 앞에 타고 있던 사람은 기절했고, 30명 정도 되는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나에게 소리 질렀다. 당시의 나는 인도의 심카드도 없었고, 무엇보다 너무 당황해서 경황이 없었기에 대사관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생각도 못했다.


"얘 다리가 부러졌네 큰 병원에 가서 입원해야겠어"


기절한 사람을 깨워 병원에 데리고 가더니 3분 만에 의사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완전히 니 잘못이니 네가 물어줘야 해 지금 일시불로 합의금 3만 루피 줄래? 아니면 병원 가서 네가 대처할래?"


마을 사람 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물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30명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 둘러 쌓이니 혼이 나갈 것 같았다.


"알았어. 그냥 3만 루피 줄게 그거 주면 모든 게 끝인 거지?"


어휴 이 병신. 또다시 바보 같은 짓을 해버렸다.

3만 루피가 당장 없다고 하니 친절히 atm기기 까지 태워다 주신단다. 울며 겨자먹기로 3만 루피를 주니 스쿠터 주인이 등장했다.


"이봐 친구 오토바이가 완전 맛이 가버렸어. 1만 루피는 줘야겠어"


줬다.


모든 것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니 릭은 태연히 수박을 먹고 있더라. 물론 그의 잘못은 아니지만 괜스레 얄미웠다.

이상했다. 사실 그렇게 다리가 부러질 만큼의 충격도 아니었다. 같이 부딪히고 넘어진 나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가 깨어난 후 그는 멀쩡히 서있었다. 다리가 부러졌는데 서있었다.

설령 다리가 부러졌더라도 3만 루피는 과한 돈이었다.


"뭐라고? 이 동네에 가까운 병원이 없는데? 너한테 다리가 부러졌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야?"

"의사라고 하던데..."

"거짓말이야 그거..."


?? 병원이 없단다. 없는 병원과 함께 어이도 없다. 그럴 수가 있나? 순수할 거라 생각했던, 그나마 나를 도와주려 한다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 모두 한통속이었나? 자초지종을 숙소 주인에게 말하니 사기당한 거라고 핀잔을 준다. 나라고 주고 싶어서 줬겠니. 

그다음 날은 남인도의 우가디라는 명절이었다. 마을선 잔치가 열린 듯 보였고 나는 내 돈이 그 잔치에 크게 쓰였을 거라는 상상을 멈출 수 없었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를 즐기지 못한 건 나뿐이었다.


사나푸르 호수


지금도 인도에서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로 함피를 꼽는다. 분명 함피는 좋았다. 믿을 수 없는 풍경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좋은 친구들과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만 그곳엔 멍청한 내가 남아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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