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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Jun 11. 2018

감사하지만, 이건 제 여행이니 제가 알아서 할게요.

꼰대질이 아닌 조언을 해주세요. 당신과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니잖아요.

"그게 무슨 여행이야? 네가 하는 건 내가 봤을 때 진정한 여행이 아니야. 여행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어쩌라고.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난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답답함이 배에서부터 차오른다. 내 또래의 어린 사람들 입에서도 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니 '꼰대'라는 건 나이와는 상관이 없나 보다. 본인의 생각이 무엇이든,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여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조언'과 본인 말이 무조건 맞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꼰대질'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저는 지금 몇 개국을 여행했는데, 그쪽은요?"

"나온 지 100일이나 되셨는데 아직도 3번째 나라예요? 너무 느리시네."


나는 현재 세계여행 중이고, 상당히 여유롭게 여행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한다. 여행지에서의 늦잠을 즐기고 하루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지게 보내는 것을 사랑한다. 유명한 관광지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 역시 그날 내 기분에 따라 바뀐다. 내 여행이니까 모든 것은 나에게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걸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지, 꼭 나에게 가르침을 주려한다. 아주 대단한 선생들 나셨습니다. 그저 자신의 울타리에 갇혀서 그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남들을 울타리 안으로 끌어 들일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인도 오신 지 오래되었네요. 타지마할 어땠어요? 너무 멋있지 않았어요?"

"아뇨 전 타지마할 별로 안 끌려서 안 갔어요."

"네? 타지마할을 어떻게 안 갈 수가 있어요? 인도 여행 제대로 안 하셨네."


인도에서 만난 한 여행자는 타지마할에 가지 않은 나를 질책했다. 본인이 본 타지마할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나는 인도에서 타지마할도 보지 않은 멍청이가 되었다. 귀찮은 언쟁을 하고 싶지 않아 웃음으로 넘겼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별로 안 당겨서 안 갔다는데 뭐가 문제인 거지. 그곳엔 타지마할을 봐서 진정한 인도를 여행한 그와 타지마할을 보지 않았기에 인도를 겉핥은 내가 있었다. 그 사람은 어딜 가서도 자랑처럼 이야기하겠지. 타지마할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고, 근데 내가 만난 사람 중 한 명은 인도에 두 달이나 있었으면서 타지마할도 가지 않았다고.


타지마할 보다 끌렸던 북인도 마날리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타인과 나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생각을 투입시키려 한다면, 그것 만큼 어리석은 짓이 또 있을까. 개념과 예의, 두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뻔뻔하게 자신의 말이 맞다는 양 논리적인 척으로 타인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인 건, 울타리 안에 갇힌 그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 행동과 내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는지, 나도 내 생각 안에 갇혀있는 건 아닌지.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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