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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Nov 18. 2019

비도 오는데 수제비나 먹을까?

비 내리는 날엔 역시~

"비도 오는데 수제비나 먹을까?"


지루한 수업이 끝나고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와서 그런지 새삼스레 비에 어울리는 음식이 먹고 싶어 졌다.


"비 내리는 날엔 파전에 막걸리지!"


사람들은 보통 비가 오면 전에 막걸리를 찾곤 하지만 나는 칼국수와 수제비 파다. 칼국수는 요즘 말로 내 최애 음식이지만, 자취방에서 칼국수 면을 만들기는 어려우니 무심하게 뚝뚝 떼어서 넣으면 되는 수제비를 택하겠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수제비 역시 칼국수에 뒤지지 않는 비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방에서 그렇게 해 먹기 번거롭지 않아?"

"자취방에서 수제비를 해 먹는다고?"


나는 종종 방에서 수제비를 끓여먹곤 하는데 친구들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 열에 아홉은 저런 반응이다. 수제비는 만들기 어렵고 번거로운 음식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수제비만큼 간단한 음식도 없다.


대충 물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하고 냉장고에 좀 넣어서 숙성시킨다. 덩어리가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시간 동안 육수를 끓여주는데 육수라 해봤자 그냥 냉동실에 있던 마른 멸치 몇 마리 넣어주는 게 끝이다. 육수가 끓어오르면 멸치를 버려버리고 썰어놓은 감자, 양파, 파, 마늘을 넣고 손으로 반죽을 떼어 던져준다. 이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최대한 반죽을 얇게 펼쳐줘야 한다. 두꺼운 반죽은 입에 들어갔을 때 밀가루 맛이 많이 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간은 국간장으로 맞춰주고 조금 부족한 맛은 멸치 다시다로 채워주면 깊은 맛 완성. 마지막으로 계란을 풀어서 위에 끼얹으면 따듯한 멸치육수 수제비가 완성된다.


자취생표 수제비.


이러한 방식의 수제비는 내가 완벽하게 따라 하진 못하지만, 엄마가 해주던 방법이다. 멸치로 육수를 내는 것도, 반죽을 얇게 펴서 넣어야 맛있다는 것도,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 넣는 것도 엄마의 노하우다. 밀가루 음식을 사랑하는 아들은 엄마표 수제비를 자주 조르곤 했다. 워낙 그것을 좋아하는 탓에 군인일 때도 휴가만 나오면 꼭 한두 번씩 먹는 메뉴가 수제비였다.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비가 올 때면 넌지시 수제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엄마 쪽이었다. 우린 마당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수제비를 먹는 것을 좋아했다. 비 오는 날 수제비가 생각난 건 사실 그것이 그리워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마침 전화 온 엄마에게 수제비를 먹는다는 이야길 전하고 한술 떠먹었다. 이맛이지. 따듯하고 든든하다. 수제비 그릇에 고추장을 한 숟갈 풀었다. 수제비에 고추장 풀어먹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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