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UX/UI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할 것.
프로덕트 디자이너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어떤 것이 중요한 역량인가.
포트폴리오에서 채용담당자들은 어떤 것을 보는가.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런 내용에 대한 금쪽같은 조언들이 유튜브, 블로그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뿌려진지도 최소 수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소위 UX/UI 디자인 포트폴리오라고 불리우는 문서들을 간혹 보면, 어딘가 계속 같은 곳을 맴도는 느낌이 많이 들고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와서, 이 글을 써보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UI디자이너로 커리어의 스타트를 끊었던 사람으로서, 또 유럽의 다른 신입/주니어 디자이너들의 GUI 결과물을 많이 접해본 사람으로서 표현 수준의 퀄리티는 한국도 웬만한 해외 디자이너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핸스도 그렇고, 노트폴리오에서도 UX/UI디자인 포트폴리오로 올라온 결과물들을 보면 정말 나보다도 완성도가 더 높은 좋은 분들도 더러 보곤 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짚어내려는 문제점들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또는 UX/UI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정보들을 예쁘게 잘 정리하는' 만으로 승부수를 보는 업이 아니기에, 조금 더 본질적 측면에서 내가 발견했던 아쉬움들을 나열해보려 한다.
1. 전개가 다소 생뚱맞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할 때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그 생각이 엄청나고 위대한 것이라 할지라도, 본인도 본인스스로가 무엇에 대해 말하는건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듣는 사람과 같이 손잡고 혼돈의 카오스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를 쭉 둘러보다 보면, 그런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예를 들어, 어떤 포트폴리오에서는 분명 앞에서 중요한 퍼소나로 지목한 사용자 그룹은 A였다. 그러나 그 내용이 끝나기가 무섭게, 디자인의 방향성은 앞서 제시된 A와 B, 두 그룹 중 B를 위한 기능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다른 경우는 다루려는 주제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여러 자료조사를 소개해놓고, 갑자기 디자인을 소개하거나, 또는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로 abc와 xyz를 꼽았는데, 솔루션은 과도하게 한쪽에 치우친 결론으로 급하게 귀결짓는 경우도 있었다.
또다른 흥미로운 경우로는, 문서의 얼개가 널을 뛰는 유형이다. 난 분명 UX/UI디자인 프로젝트의 포트폴리오라고 해서 보려고 들어온건데, 갑자기 UX/UI와는 무관한 캐릭터나 브랜딩 디자인 결과물을 포트폴리오 중간에 보기도 한다. 마치 카페에서 이달의 음료를 시켰더니, 맥주 500cc 한 잔을 받은 느낌이다.
그리고 어떤 사례는 열심히 수집한 데이터들이, 실제 문제와는 큰 연관성이 없는 것임에도 일단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았다고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토대로 문제가 정의된다.
한마디로, 문서 자체가 매끄러운 흐름과 연계성을 갖지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내가 이 포트폴리오를 보고 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게 만든다.
2. 명확히 문제가 뭔지 보여주지 않는다.
요즘은 꽤나 구체적인 리서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를 설득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고무적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1개를 개별 포트폴리오 단위라고 보았을 때, 생각보다 자신이 다루려는 주제 안에서 어떤 문제가 있길래,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이길래 내가 이것을 리디자인 혹은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부여해주는 포트폴리오가 거의 없는듯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자료는 많아도, 그 자료들을 토대로 한 문제 분석, 그로인한 결론.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래서 대체 뭐가 문젠데'라는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어주기 보다는, 문제정의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문제가 아닌 것도 아닌 것이... 싶은 '붕 뜬' 문제정의가 다수였다.
하지만 그건 문제정의가아니다. 그저 문제정의의 '중간 단계'를 보여줄 뿐이다.
3. 디자인에 대한 설명이 문제와 명확히 연결되지 않는다.
이건 1번과도 관계가 있는데, 포트폴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다보면, 작게는 기능단위부터 크게는 feature까지, 생각보다 자신의 솔루션과 선택에 대해 어느정도 명확한 설명을 남긴 포트폴리오가 있는 반면, 분명 설명은 설명인데 '그래서 이게 문제랑 무슨 상관...이지?' 싶은 설명도 있다. 때로는, 솔직히 광고배너를 볼 때 처럼 정말 뜬금없다고 생각되는 것이 디자인 설명에 나와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은 다 잡은 고기를 끝에 가서 딱 한마리 빼고 모두 방생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4. 솔직히 잘 모르는데, 일단 넣어두고 본다.
사실, 이건 그사람들이 정말 자기 포트폴리오의 세세한 항목과 요소들을 '계획이 있어서' 넣은건지 아닌지 직접 붙잡고 짚어가며 물어야 알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보다보면, 특히나 그 프로젝트에 대해 정체모를 거대한 디자인 컴포넌트들의 뭉치를 중간에 보게 되면, '이 사람, 정말 아는게 맞나..?'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케이스들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내가 알고 있는, 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배움중인 '디자인 시스템'은 그냥 컴포넌트 a,b,c를 썼다고 그걸 어디 한구석에 예쁘게 정렬해 모아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글 맨 아래의 참고 링크를 보기 바란다.
포트폴리오의 목적을 생각해보자. 당신은 어떤 직업공고를 보고, 스스로가 그 자리와 주어진 역할들에 적합하다고 느껴 지원하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그 포지션이 요구하는 것들을 해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것이 구직자와 구인회사 간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이자 출발점이다. 물론 실무를 하면서 배워나가는 것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애매하게 넣으면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 왜냐하면 잘 모르고 넣은 경우 이미 그 요소는 포트폴리오 상의 다른 내용들에 비해 아무 맥락도 없이 혼자 튀기 아주 좋기 때문이다. 글의 맥락을 읽을줄 모르는 사람이 아닌 이상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면, 특히나 그 방면에서 경험이 있는 실무자의 관점에서는 '저거 잘 모르네' 라고 간파당할 수 있다.
내 포트폴리오에서 이러한 혼란이 생겨나는 것을 막고, 결과적으로 논리적이고 설득력 높은 포트폴리오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지켜져야 한다.
1. 명확한 기승전결
2. 일목요연한 문제정의
최소한, 직접 한번 더 정의하지 않더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그래서 이게 문제라는 거구나' 라고, 쉽게 유추될 수 있어야 한다.
3. 내 생각(디자인 솔루션)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문제해결 간의 연결점 설명
아무 보조도구도 없이, 디자인 혼자 훨훨 날아다니면 안된다. 당신은 그 디자인을 심심해서 만든게 아니라, 앞서 찾은 문제를 해결해주고자 그 디자인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솔루션에 대해 왜 그것을 포트폴리오 안에서 내세웠는지 적합한 이유가 보강되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2번처럼 왜 그 솔루션을 냈는지에 대해서라도 독자로 하여금 쉬운 유추가 가능해야만 한다.
4. 내가 잘 아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내가 명확하게 아는 것, 그리고 잘하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애매하게 알거나 모르는 걸 넣은 사람의 포트폴리오보다, 지원자의 장점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내 장점을 잘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야 말로, 채용담당자로 하여금 '내가 저 인재를 이 회사에 앉혀두고 어디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그 핏이 잘 맞는 회사를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지원자는 진정한 군계일학이 된다.
끝으로, 그런 강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내가 포트폴리오 제작 시 항상 잊지않고 챙기는 몇가지 절차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1. 문서의 얼개부터 만들자.
기초적이면서도,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다. 목차를 만들고, 얼개를 정리하면서 포트폴리오의 구조를 미리 짜보는 것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큰 노력 없이 충분히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2. 포트폴리오를 디자인하는 중간과정에서도 처음부터 현재 만들고 있는 지점까지의 기승전결을 점검하자.
가끔은 상황에 따라, 꼭 처음에 완성한 얼개가 반드시 끝까지 그대로 남아있기보다 수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게 맞아보여도, 내일은 좀 더 나은 구성이 떠오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디자인하다보면, 어쩔수 없이 한 부분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시야가 좁아지게 될 수 있고,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체 문서구조가 일관성을 잘 띠고 있는지, 아니면 갑자기 가다가 딴길로 점점 새고 있는 건 아닌지를 체크해야, 남들이 보기에도 따라가기 쉬운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3. 모든 내용들에 대해 내가 이걸 왜 넣었는지 스스로를 점검하자.
명확한 이유는 언제나 중요하다. 특히나 목적지향적 성격이 다분한 취업용 포트폴리오라면, 그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 요즘은 디테일을 소개할 때, 그래서 그게 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인지 짧은 설명을 덧붙이려 노력한다. 그리고 생뚱맞은 것이 자리를 차지해, 내 디자인에 공감하는데 방해가되지는 않는지점검한다. 사실 타당한 설명은 디자이너의 기본 소양중 하나로, 정말 중요하다. 모든 UX/UI 디자이너의 행동과 아웃풋에는 '그만한 사유'가 존재하는데, 문제정의도 정의지만 실무에서 가시적 아웃풋으로도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음.. 사실 이런거 좀 있으면 좋잖아요?' 식으로 접근했다간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언제나 '본질'은 가장 중요하다. 물론 장식도 중요하고, 여러가지 요소들이 중요하지만, 그 모든 '장식'과 기타 요소에 영향을 주는 핵심 정체성이 빠져버리면, 그것은 스스로를 포함해, 그 누구도 이해시키거나 납득시킬 수 없다.
[기타 참고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