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얻은 인사이트
남에게서 쓸데없이 진지하다는 말을 혹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는 말을 남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가?
그래서, 그런 말을 듣고난 이후에 나도 쟤가 답답하고, 잘 공감이 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내가 최근에 얻은 인사이트가 그런 답답함을 달래는데 일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번 글의 주제는 소통의 방식에 대한 것이다.
한가지 명확히 해두면, 지금 이 글에서 하는 이야기는 언어학이나 뇌과학같은, 뭐 암튼 관련학계에서 정리된 내용을 발췌하거나, 그에 기인한 분석 내용이 아님을 밝혀둔다. 그저 지금껏 살아오며 평상시 나 자신, 그리고 주변에서 벌어지는(관찰할 기회를 가져볼 수 있었던) 많은 상황들을 돌이켜보며 도출된 나의 인사이트일 뿐이다.
목차
1. 말은 어떻게 정의되고, 형성되나?
2. 소통의 측면에서의 '말'
3. 소통이 잘 안되는 이유
4. 마무리 하며
대부분의 동물과 다르게, 인간은 특정한 발음과 음으로 이뤄진 여러 조각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 느끼는 것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말'을 삶을 살아가는 내내 달고 산다. 상대방이 내게 전해오는 그런 조합덩어리를 나 또한 해석해 이해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위의 내용을 가만히 생각해보고 있자면, 내가 입밖으로 내는 소리가 단순히 어떤 특정 형태의 발음과 음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말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말같잖은 소리하고 있네"의 그런 '말'과는 다르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어떤 말을 '말'로 받아들이기로 했느냐에 따라, 어떤 것은 그저 사람이 내는 '소리'로만 취급될 수도 있고, 혹은 '말'로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그 음+발음의 조합덩어리가 사회적으로 공통 합의된 '의미'를 갖고 있느냐인데, 소리에 의미가 더해지고 그것을 구사하는데 어떤 체계가 붙어감에 따라, 한 종류의 '언어'가 되는 것 같다.
물론 '행동언어' 처럼 서로간에 의도가 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언어라는 말을 쓰는 걸 논문이나, 여러 아티클에서도 봤지만, 이 글은 '언어란 무엇인가'처럼 학문적으로 깊이있게 본질을 논하려는 글은 아니기에, 그저 피상적으로 우리가 '말' 하면 떠올리는 그 '언어'의 개념에서만 한정해 글에서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지점은, 분명히 나는 상대방과 똑같은 언어를 사용해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때로는 소통이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본능적으로 답답함을 감지하듯, 어떤 경우에는 그사람 또한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대체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인걸까?
그걸 짐작해보려면, 내가 깨닫게 된 '말'이 가진 성질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누군가와 소통을 할 때 주고받는 '말'은, (영어와 한국어 모두 포함)회고한 결과 대표적으로 2가지의 레이어를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의미'와 '메시지'였다.
1. 의미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의미란, 그 말이 나타내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저 꽃이 너무 예쁘다' 라는 문장에서 저 문장의 의미는 '꽃이 예쁘다' 라는 의미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예쁘다' 라는 말은, 대체로 심미성이 우수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감탄을 보일 때 쓰는 표현이며, '꽃'은 장미, 개나리, 튤립처럼 식물 줄기의 끝부분에 붙어 생긴, 꽃잎과 수술 암술.. 등등 뭐 암튼 그런걸 지닌 식물의 부위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2. 메시지
이것을 뭐라고 부르는게 가장 2개 개념의 구분을 잘 지어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아마 '메시지'라고 하는 것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질 것 같아 이 글에서는 메시지라고 부르겠다. 이 글에서 말하는 메시지란, 겉으로 표현되는 말의 뒤에 숨어있는 생각이나 의도 같은 것으로, 경우에 따라 메시지와 의미가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되려 의미와 메시지가 정반대거나, 또는 결은 비슷해도 다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위 내용에 이어, 우리 인간은 모두가 제각각 다른 성향이나 행동패턴, 사고방식을 가지는데 이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차이가 보여지곤 했다.
어떤 사람은 철저히 의미에 기반해 소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겉으로 하는 말과 그 속뜻이 다른 의미를 갖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의미에 주로 기반을 두고 소통하는 사람은, 대체로 이해하는데 복잡해질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그저 그렇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와 메시지간 통일성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메시지 자체에 더 집중하는 유형의 사람도 있다. 그런 경우, 때로는 말 자체가 전부이기도 하지만 어떤경우는 그 사람이 하는 말만 들어서는 그 숨은 뜻를 헤아리기 어렵다. 겉으로 표현되는 것 이면에 숨겨진 찐 메시지를 알 수 있으려면, 반드시 그 사람의 평소 성격이나 접근법, 가치관 등 여러가지에 대해 상당히 잘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불통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랬을 때, 의미에 더 기반을 두는 사람과 메시지에 더 기반을 둔 사람이 만나면, 어쨌든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사이니까 사사건건 불통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동일하게 '의미'에 중점을 두는 사람일 경우에 비하면 실제로 불통이 생겨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본다면, 이는 비단 반대의 소통성향일 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떠한 메시지를 간접적인 표현으로 돌려돌려 말하는 사람끼리 만나도 불통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두 사람 서로가 불통없이 원만한 소통이 되려면 각자가 어떤 뜻을 주로 말로 표현하는지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 중 어느쪽이 잘못된 것이라고 따질 수 있는 내용은 아닌듯 싶다. 그저 다름인 듯 하다.
그치만 주위를 보면, 이따금씩 의미에 기반해 소통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성향의 사람이 "내가 뭘 말하려고 한건가, 잘 생각해봐"라는 말을 하는 상황을 볼 때가 있는데, 물론 그것도 어느정도 수용될 수 있는 요구이긴 하나 그것에 대해 나는 이 질문도 던져보고 싶다. '왜 돌려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왜 드러난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그 말의 꽁꽁 숨겨진 함의에 대해 시험문제를 풀듯, 연구하고 고민해줘야 하는 것인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의미에 기반해 좀 더 직접적이고 쉽게 표현한다면, 어쩌면 화자 입장에서도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거나 할 필요가 없기에 조금 더 대화가 이해하기 쉽고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상대방으로부터 더 예리한 눈치를 요구할 수 있는 나의 정당성과 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