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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드캣 Dec 15. 2021

오늘의 노동요 - 아이리쉬/켈틱 음악 팓캐스트

https://podcasts.apple.com/kr/podcast/irish-and-celtic-music-podcast/id77407482


지난 15년 정도 동안, 마감이 급하고 일이 엄청나게 많을 때는 늘 아프로 켈트 사운드 시스템(Afro Celt Sound System)을 들었다. 켈틱음악에 아프리카, 인도 전통 악기까지 더해져 있는데 각종 드럼 사운드가 마감의 전의를 불살라주기 때문이다. 배에서 노를 젓는 사람들을 위해 북을 치는 것처럼, 또는 전장에서 앞으로 달려나가게 북을 쳐대는 것처럼 그 북소리에 마음이 바빠지곤 해서 매일 일이 많은 일상에 마감까지 더해졌을 때 묘한 힘을 불어 넣어준다. 영혼까지 탈탈 털어 온 힘을 내 일을 끝낼 수 있도록 지난 15년간 아프로 켈츠가 많은 도움을 줬다. 


음악 자체를 보면 이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아프리카 음악과 켈틱음악이 더해져 있다. 엄청난 드럼비트와 더불어 날카로운 플룻 사운드, 백파이프, 각종 기타, 그리고 테크노 리듬까지 모두 합쳐져 그들만의 그리고 익숙한 사운드를 낸다. 대부분의 곡에 노래 가사가 들어가 있지 않고, 가사가 있어도 영어가 아닌 제 3세계의 언어라 가사 자체도 어떤 리듬처럼 들릴 뿐이라 집중이 잘 되는 장점도 있다. 처음엔 이런 이유들로 듣기 시작해서 켈틱 음악을 듣는 것이 마감 때의 리츄얼(ritual)이 되었다. 


https://youtu.be/Vzgcjz5xGGE

이 라이브 영상을 "들으면" 앨범 전체를 한번에 쭉 듣는 것보다 이상하게 집중이 더 잘 된다. 마감의 요정 아프로켈츠 고마워요!


몇 년 전에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들고 커피숍에 급하게 일하러 갔다. 그런데 커피숍에서 나오는 음악이 도저히 견딜 수 없게 거슬리고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성질이 더러운 나는 주변 소음에 굉장히 민감하다. 일도 안 되고 성질이 잔뜩 났다. 마감으로 바쁜데 난동부리는 고양이 때문에 집에서는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커피숍에 찾아간거라 집에 가서 일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상황이니 고민을 많이 했다. 


궁여지책으로 아이패드 내에서 급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찾았다. 아이패드 내에서 노트앱을 실행하고 일을 해야 하니 화면을 다 차지하고 중간 중간 광고까지 나오는 유튜브는 쓸모가 없었다. 어릴 때는 mp3 재생이 되는 CD플레이어에 mp3을 잔뜩 담고 음악 씨디까지 커다란 CD보관함에 담아서 같이 가지고 다녔지만 이제는 CD플레이어를 쓰지도 않는 현대인이 된 나라서 노동요를 마음껏 들을 수 없었다. 당연히 스마트폰을 들고 커피숍에 갔지만 스마트폰 속에는 예전에 담아둔 락밴드 앨범 세 개랑 펫숍보이즈 앨범 전체 등 밖에 없다. 이렇게 가사가 잔뜩 들어간 음악은 듣기엔 좋아도 글씨를 써야 하는 일을 할 때는 방해만 된다. 케...켈츠...켈틱음악을 들어야 한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한참하다가 일하는 화면과 함께 실행할 수 있는 팓캐스트를 생각하게 됐다. 아이패드에서 팓캐스트는 설거지하거나 청소할 때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영어의 역사에 관해 들을 때만 사용했었다. 팓캐스트 앱을 열고 혹시나 켈틱음악이 있을까 해서 celtic으로 검색했다. 


있다! 성부터 아일랜드 사람 티가 제대로 나는 Marc Gunn이라는 켈틱음악 뮤지션의 켈틱/아이리쉬 음악 전문 팟캐스트가 있었다. 켈틱 음악이나 아이리쉬 음악에서 가사가 들어가 있을 때는 자연으로 모험을 떠나거나 작은 마을에서 억울한 일에 휘말린 어떤 사람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기 때문에 일하다가 멍하니 듣고 있게 된다. 아쉽지만 일이 급할 땐 그런 가사가 담긴 곡이 나오면 앞으로 넘겨가면서 무사히(?) 마감을 마친 기억이 있다.  


이번에 고장난 컴퓨터를 바꾸면서 몇 가지 이유로 맥미니를 구입했다. 새로운 M1 통합칩 덕분에 팬도 없고 소음도 없고 성능이 좋다. 천정부지로 가격이 날뛰는 그래픽카드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IBM/윈도우 체제 PC보다 금액도 저렴했다. 애플 제품이! 암튼, 그렇게 맥을 사용하게 되면서 아래 프로그램 독에 애플 팓캐스트 아이콘이 생겼고, 급하게 마감을 치거나 일하면서 다시 이 켈틱/아이리쉬 음악 팓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


이 팓캐스트의 진행자인 Marc Gunn 자신이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올라오는 팓캐스트에는 현재 켈틱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전통음악을 취미로 연주하면서 과거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그걸 즐기고 듣고 후원하면서 계속해서 그 전통과 음악씬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지지층이 있어서 이 아이리쉬/켈틱 음악이 지금도 계속 이어져갈 수 있는 듯하다. 


전통음악을 좋아하기에 나는 우리나라 각 지방의 민요나 타령도 워낙 좋아한다. 이 아이리쉬/켈틱 음악씬처럼 우리의 전통 음악도 "어떤 씬"이 형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금 해본다. 남도 민요가 내 취향에는 가장 잘 맞아서 그 위주로 찾아 듣는다. 작다면 작게 느껴질 수 있을 우리나라에서 지역별로 다른 느낌의 민요와 타령이 있었다는게 낯설게 느껴진다. 점점 일원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이다보니 이런 다양함이 늘 신선하고 그립다.


암튼, 지금도 팓캐스트를 실행하고 헤드폰을 쓰고 정신없이 빠른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글을 써봤다. 생각이 많아지는 새벽이라. 또 버팔로떼같은 고양이들의 새벽 우다다때문에 잠깐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순간에 생각 정리도 할겸 해서. 이제 우다다는 정리되고 버팔로 고양이들이 자러간 것 같으니 켈틱/아이리쉬 음악을 들으며 다시 빡세게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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