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10kg 가 빠졌다

by Casey Kim

퇴사하고 10KG가 빠졌다.


어떤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쪽쪽 빠진다던데, 나는 반대였다. 한평생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몸뚱아리였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면, 생존 본능인지 나는 무언가를 자꾸 입에 채워넣었다.


딱히 초콜렛이나 과자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무언가 항상 서랍안에 비상식량들을 가득 채워넣음으로써, 그리고 그렇게 가득 찬 비상식량들을 내 위장으로 옮겨옴으로써, 나의 내면에 허함을 대신하여 채웠다.


그런데 퇴사를 하고나니, 마음이 여유로워진 만큼 위장에도 여유가 생겼다. 구멍이 난 마음을 빠르게 메꾸려고 꾸역꾸역 채우려했던 지난 날은 아스라히 사라졌다. 마음 속 빈 자리는 여백의 미를 빛내는 여유가 되었다.



잠들기 전 실수로 혹은 습관적으로 메일함을 확인해버리고만 날이면 그날 밤잠이 모두 달아나곤 했었다. 뜬눈으로 밤새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스스로를 이기지 못해 결국 새벽 4시쯤 뜬눈으로 컴퓨터를 열곤 일을 했다.


이렇게 사는게 정말 맞을까? 업무가 힘든 것은 사실 아무래도 괜찮았다. 원래 일이 몰아치는 바쁜 시즌이 있다가도 또 한가한 시즌이 있는게 회사 생활이 아니던가.


내가 그 회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일을 했다. 매일이 나를 증명하는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정말 회사를 위한 업무를 하는게 아니라, 리더 아니아니 보스, 그저 그 한 사람의 만족을 위한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겨난 마음의 빈자리는, 결국 그 사람만이 채울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애초부터 나의 노력과는 사실 무관한 구멍이었다. 그걸 알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퇴사한 후 더이상 그녀를 보지 않게 되자, 내 구멍은 존재의 의미를 잃었고, 그렇게 내 구멍 자리는 비어져 있어서 뭔가를 채워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비워져있는 채로도 괜찮은, 마음 속 ‘여백’이 되었다. 더이상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나를 나 됨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랄까.


나는 구멍이 아닌 여백을 되찾았다.

그렇게 퇴사하고 10kg가 빠졌다.



남아있는 질문

-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찌는 타입인가? 살이 빠지는 타입인가?

-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가?

- 나는 지금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가?

- 나의 나됨이란 무엇인가?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