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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Jang Sep 06. 2017

20대에 춤을 시작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췄을 거

눈이 따갑도록 영상을 보고 연습을 해보았는가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내가 20대에 춤을 시작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잘 췄을 거야'
또는 '춤을 열심히 추기에는 나이가 많아 이제 늦었어'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노력할 자신이 없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때 시작을 했어도 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사람의 성향이나 본성은 웬만하여서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진학하는 나의 학생들을 보면 자기는 죽어라 공부하고 노력하지만 정작 티를 내지 않는다. 왜냐고 물으니 없어 보여서란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정말, 정말 피 말리게 공부를 한다. 어떤 학생은 심지어 단어를 외우기 위해 여름철 팔뚝 위, 손바닥 그리고 손등 위에까지 단어를 써놓는다. 혹시 스치면서 하나라도 더 외워질까 해서...
아마 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잘하고 싶어서 영상도 보고 강습도 듣고 혼자 연습실에서 고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걸으면서도 스텝을 밟고 그렇게 했겠지.

그러나 이런 고뇌가 항상 즐거워서만 하는 건 아니다. 술자리에서 춤 얘기가 밤새 이어지던 어느 날 춤을 독하게 추는, 다시 말하면 즐기지 못하고 경쟁 그리고 도달해야 하는 목표로 보인다는 말을 하는 걸 들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아직 일부만 봤지 더 많은 모습을 보진 못한 거다. 갖고 싶으니까 노력을 하는 거고 그 과정에서 지치고 힘든 모습이던 시기에 봤을 테니까.. 춤이라는 게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하겠는가.

어떤 댄서는 강습을 들으라고 강조를 한다. 더 재미있는 건 알지만 강습이 아닌 소셜 타임에 춤을 추는 것은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그 원리나 동작을 배울 수 없으니 끊임없이 배우고 그 배운 것을 몸에 장착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예습-수업-복습의 사이클을 꾸준히 하면 그 배운 내용이 몸에 더 잘 장착된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타고난 재능과 감각에 따라 같은 시간을 노력해도 결과물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타고난 사람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더 잘 추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잘 보이기 때문이겠다.

10년을 무언가에 몰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지금 춤을 추는 많은 사람들 중에 현재 많은 연령대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같은 직종에서 십 년쯤을 보냈을 것이다. 아마도 매일 하루에 from 9 to 6 , 이러면 하루에 열 시간쯤 될 테니 전문가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직업 댄서가 아닌 이상 하루 열 시간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만큼 잘 추려면 충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뜨거운 여름날에도 그리고 장마철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굵은 빗줄기가 내려 온통 다 젖어버리는 날에도 지하 연습실에서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는 댄서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멋진 춤에 감탄을 한다. 빠 한가운데서 멋지게 한 곡을 춘 그들의 뒤에는 얼마나 많은 연습과 고민의 시간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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