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감금 피해자 프레이리 또는 니나.
아니 오에이.
집으로 돌아온 오에이는 기자의 출판제의에 “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격렬하고 극단적인 피해를 겪고 이제 막 일상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이 온전한 자기 시간을 가져볼 수는 있을까. 사람들은 뉴스에서 본 피해자를 타자화하고 대상화하곤 한다. 일상에서는 가족 외식 중에 무례하게 합석하거나 허락없이 사진을 찍기도. 천재지변과도 같은 상황에 휩쓸린 후에도 피해자는 일상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실고증 같은 부분들이 세심하게 담긴 시리즈다.
피해자의 주변인물들은 어떤가. 그에게 공감하는 모든 이들은 자의든 타의든 피해를 나눠 받고 아픔을 공유한다. 오에이의 심리지원을 돕는 이는 이것을 ‘아픔을 나눠 피해자를 살리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픽션이므로, 오에이가 말한 바와 같이 다차원 세계나 다중 우주쯤으로 빠지게 된다(여기선 ‘디멘션’이라고 했다). 이세계에서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치부될 법한 이야기가 화면 속에서는 또다른 차원 또는 우주로 향하는 돌파구-특정 동작을 수행함으로써-가 된다.
이 시리즈가 마니아층을 갖게 된 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디멘션> 사이를 줄타기하는 연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즌1까지는 전자에 힘이 실렸는데, 시즌2는 완전한 후자의 이야기다. 그래서 내겐 첫 번째 시즌이 더 설득력 있다고 여겨졌다. 별개로, 작품성은 시리즈 모두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브릿말링 배우 파워도 크다. 이야기 전개상 피해자 역할을 하는 중심인물에게 시청자가 몰입하게 되는 구조이다 보니, 캐스팅이 중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브릿 말링이 배역뿐 아니라 제작까지 참여했으니 완벽하게 스며들지 않았을까, 또 생각해 본다.
사진 = 넷플릭스 <OA> 예고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