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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May 26. 2024

미승인카드입니다

사라진 시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옷을 꺼내 입고 밖으로 나섰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걸어가기에는 조금 더워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오랜만에 버스 타는 것 같네."


나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자연스럽게 버스카드 리더기에 휴대폰을 댔다. 그런데...


미승인카드입니다.


"응?"


예전에도 인식이 안 된 적이 있어서,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차분하게 휴대폰을 열었다.


NFC는 잘 켜져 있고, 티머니 앱에 카드 연동 오류도 없고, 

음, 혹시 후불 청구형이라서 뭔가 오류가 났나? 나는 즉시 티머니에 선불로 금액을 충전했다.


하지만, 미승인카드입니다. 미승인카드입니다. 미승인카드입니다. 


점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기사님께 갔다. 


"기사님. 버스 카드가 잘 안 되네요. 죄송한데 그냥 내릴게요."


젠장. 새 대가리인가? 교통 카드를 왜 안 가져온 거야!  문제가 생길 때만 신경 쓰고 금세 잊어버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멍청이, 바보. 여하튼 속으로 혼자서 온갖 욕을 다 하며 내리려고 하는데, 기사님이 물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00 역이요.", "금방이네요. 그냥 가세요."


다행히 기사님이 목적지를 묻더니 가깝다며 그냥 타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렸답니다.ㅠ)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참고로 티머니 앱을 켜면 자동 해지됨. 사용은 3일 후부터 가능


장기미사용자? 내가 30일 이상 사용한 기록이 없다고?!


최근에 버스 탄 기억이 있는데, 헉! 설마 그게 한 달 전 일이었어?


안 그래도 하루하루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보내고 있는데, 그러고 보니 브런치에 글을 올린 것도 벌써 한 달이 넘었구나. 매일 같이 브런치에 들어오면서도 글을 안 올린 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체감상 느낌은 한 2주 정도 지난 거 같은데,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 기분이다.


그런데 빠르게 사라지는 시간이 안타깝지만은 않았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았던 예민한 시간이 사라져서 그런 건가? 한 달이 일주일 같고, 일주일이 하루 같고, 하루가 한 시간 같은 요즘이 정말 편안했다.


하지만, 이제 슬슬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장기 미사용자라니... 뭔가 히키코모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한번 걸어 다녀봐야겠다.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따위로 인하여 사회적인 교류나 활동을 거부한 채 집 안에만 있는 사람.


(그나저나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진심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른 건 몰라도 글은 잊어버리지 말고 몇 줄이라도 써야겠어요.(ง •_•)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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