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다서영 Feb 09. 2024

행복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낙엽일 수도 있는데...

날이 좋아서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비취는 햇살을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다. 한껏 눈가를 찡그리고 태양을 바라보는데, 한낮의 태양도 아닌데도, 눈부심이 강렬했다.


최근에 이렇게 편안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가로웠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가까이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코 앞에 있는 나뭇가지에 낯선 새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나는 허둥대며 휴대폰을 꺼냈고, 새가 날아가기 전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찍고 난 후, 새는 곧바로 날아올랐다.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새를 찍었다는 뿌듯함이 나를 감싸왔다.


"예쁘다. 무슨 새일까?"


나는 사진을 보며 히죽 웃음 한번 날리고, 산책을 계속했다.


"혹시 다른 새는 없나?"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주위를 살폈다. 새소리와 날갯짓 소리는 가까이서 들리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낙엽은 이렇게 많은데, 얘(새)들은 왜 이렇게 꼭꼭 숨어 있는 거야."


손만 뻗으면 언제든 잡을 수 있는 낙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번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손에 잡히지도 않는 새를 찾아서 두리번거리고, 사진에 담기도 전에 날아가버릴까 봐 휴대폰을 움켜쥐고 초초해하는 내 모습이 멀리 있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연금술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하다고 무시하고 지나쳐버렸던 저 낙엽이 바로 행복일 수도 있었는데.


시끄러운 세상일에서 벗어난 지 두 달이 넘어가면서, 나는 사색하는 철학자 흉내(?)를 내고 있다. (훗)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건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